[업다운뉴스 김한석 기자] 중동전쟁 충격파로 반도체 수출과 에너지 수입이 무역수지(수출-수입)의 상·하방 요인으로 교차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슈퍼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252억달러를 찍은 지난달 원유(-11.4%)를 중심으로 에너지 수입 감소세가 이어진 덕에 무역수지 흑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5억달러로 불어날 수 있었다. 클라우드 혁명으로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 2017년 9월의 종전 기록(134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슈퍼 플러스’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유조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 호조 속에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가 무역수지 흑자 확대에 일등공신이 돼 왔던 흐름이 ‘피크아웃(정점 통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은 2024년 20.8%에서 지난해 24.4%로 높아진 반면 전체 수입 대비 에너지 비중은 같은 기간 25.5%에서 22.0%로 낮아졌다.
지난달 마지막날 미국-이란 전쟁로 커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가가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선을 뚫으면서 수입 가격이 올라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2023년 반도체 수출 부진 속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두 요인의 영향은 컸는데, 에너지 수입 증가 전환에 따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13개월째 이어온 무역흑자 기조가 제약받을 우려가 커진다.
관세청이 23일 공개한 ‘3월 1∼20일 수출입(통관 기준 잠정치) 현황’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수출액은 5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4% 증가했고, 수입액은 412억달러로 19.9% 늘었다.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2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지난달 1∼20일 실적(435억달러)보다 한 달 만에 100억달러 가까이 불어난 초·중순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1년 전보다 하루 늘어난 조업일수(15.0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35억5000만달러로 40.4% 늘어났다. 이는 지난달 기록된 월간 기준 일평균 수출 최대치와 같은 수준이다.
중동전쟁이 3주 이어지는 동안 반도체 수출과 에너지 수입이 동반 증가했다. 반도체는 187억달러를 수출해 163.9% 급증했다. 1∼20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기록한 종전 최고치(151억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0%로 1년 새 15.1%포인트(p) 올라갔다.
수입도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반도체 수입액이 34.3% 늘어 품목별로는 최대 규모(5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에너지 수입은 87억달러로 18.8% 불어났다. 가스(18억달러)는 6.4% 줄었지만, 원유(47억달러)가 27.8%, 석탄(8억달러)이 45.7%, 석유제품(14억달러)이 3.7% 각각 늘어났다. 에너지 수입 비중은 21.0%를 기록했다. 지난달만 해도 1.4% 감소했던 에너지 수입은 이달 초순 증가(1.4%) 전환하더니 중순까지는 두 자릿수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미국·이스라엘-이란 보복전이 에너지 전쟁으로 격화되면서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셈이다.
원유의 경우 유가·환율 동반 상승 영향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증가율(0.8%)보다 크게 높아졌다. 원유 수입은 월간 단위로 지난달(–11.4%)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이달 초·중순 원유 수입 증가율을 월간 기준과 견주면 2024년 8월(29.9%) 이후 두 자릿수 증가세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68.40달러로 전월 대비 10.4% 올랐지만, 이달엔 125.11달러로 82.9% 폭등했다. 글로벌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직전 배럴당 72.48달러에서 전쟁 3주를 맞은 20일 112.19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액을 밀어올릴 경우 지난해 2월 이후 플러스 기조를 유지해온 무역수지는 확대 폭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역수지는 2023년 반도체 부진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2024년 518억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엔 774억달러로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 들어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 20일까지 362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연간 흑자의 절반 가까이 육박하는 호조세를 보였는데, 에너지 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수입액이 급격히 불어나면 이같은 증가세는 제약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을 위해 전방위로 쓰이는 원유 수입 물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원윳값 상승으로 수입단가가 높아져 수입액이 급증할 경우 타격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년 동월 대비 원유 수입 중량은 1월 2.5%, 2월 9.5%로 증가세가 커졌지만, 수입액은 각각 –12.8%, -11.4%로 줄어들었다. 유가 하락세 속에 원유도입단가가 같은 기간 배럴당 66.8달러, 66.1달러로 각각 13.9%, 19.2% 떨어진 영향이다. 지난해 원유 수입 중량이 0.1%밖에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수입단가가 배럴당 74.3달러로 11.5% 하락하면서 수입액(753억달러)이 11.8% 감소했다.
국제유가와 환율, 운송·보험료 등이 반영되는 수입단가가 올라가면 원유 수입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달 들어 유가 폭등에 이같은 반등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유가 흐름에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원유도입단가가 따라가는 만큼 이달 이후 중동 전쟁의 여파는 대표적으로 원유 수입단가 상승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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