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홀로 남겨진 작은 이름 '라이카'
알무데나 파노 '라이카의 산책'
이종근
2026년 06월 11일 16:25
승인
2026년 06월 11일 19:57
'라이카의 산책(지은이 알무데나 파노, 옮긴이 성미경, 펴낸 곳 분홍고래)'은 인간의 진보 뒤에 희생된 소중한 생명을 기억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1957년 11월 3일, 인류는 처음으로 살아 있는 생명을 우주로 보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위대한 과학의 진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우주선 안에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하던 작은 개 한 마리가 타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거리를 떠돌며 살아가던 평범한 들개였다. 누구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던 개였다. 거리에서 태어난 그 개에게 거리는 집이자 곧 어머니였다. 좁은 골목의 냄새와 사람들 목소리, 자동차 소리와 밤공기의 차가운 바람까지 모두 그 아이가 사랑하던 세상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붙잡힌 개는 낯선 실험실로 끌려간다. 사람들은 그제야 ‘라이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동시에 새로운 쓰임도 부여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 실험체라는 역할이었다.
라이카는 차갑고 좁은 공간 안에서 이유도 모른 채 반복되는 훈련을 견뎌야 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다만 더 이상 자유롭게 골목을 뛰어다닐 수 없고, 좋아하던 밤하늘의 별을 마음껏 바라볼 수 없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사되는 우주선. 인간들은 환호하고 성공을 축하하지만, 우주선을 탄 라이카는 끝없이 펼쳐진 검은 우주 속에서 뜨거운 온도와 몸이 부서질 듯한 진동, 캄캄한 어둠을 홀로 견뎌야 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말이다. '라이카의 산책'은 인류 최초의 우주 탐험 뒤에 가려져 있던 작은 생명의 희생을 조용히 애도하며, 인간의 진보가 무엇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되묻는 그림책이다.
알무데나 파노의 그림은 감정을 재현하기보다, 끝내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슬픔 앞에서 조용히 머뭇거린다. 라이카의 고통을 쉽게 해석하거나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으려는 듯한 절제된 시선은 오히려 독자에게 더 깊은 슬픔과 책임감을 남겼다. 이 책의 차가운 여백과 단순화된 화면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감정을 이야기하다.
그래서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라이카의 공허와 외로움은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거친 질감 위로 번져가는 어두운 색채와 차가운 우주의 풍경은, 자유를 사랑했던 작은 생명의 슬픔을 오래도록 가슴에 남긴다.
'라이카의 산책'은 과학을 단순히 발전과 성공의 역사로만 바라보지 않게 만든다. 우리는 보통 과학을 배울 때 결과와 성취를 중심으로 이해하지만, 이 책은 그 발전 과정 속에 어떤 생명과 윤리의 문제가 있었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과학과 윤리, 감정과 철학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연결해 바라보게 만드는 경험은 아이들의 사고를 더욱 깊고 넓게 확장시켜 줄 터이다.
AI와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습득만이 아니다. 어떤 기술이 옳은지, 인간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라이카의 산책'은 바로 그런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그림책이다./이종근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