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X X 갈무리
[이코리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지구 궤도에 구축하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AI 연산 수요 증가로 전력과 부지 확보가 데이터센터 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관련 구상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자체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확대를 위해 스페이스X와 로켓 발사 계약을 논의중이다. 이번 소식은 스페이스 X가 추진중인 1조 750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공개되며 주목받고 있으며, 스페이스 X는 향후 몇 년 안에 우주 데이터 센터가 인공지능(AI) 컴퓨팅을 위한 가장 저렴한 장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외신은 스페이스 X가 스타링크 다음의 성공 스토리로 우주 데이터센터에 주목하고 있다고 짚었다.
구글은 앞서 지난해 말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공개한 바 있다. 선캐처 프로젝트는 태양광 기반 위성에 자체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탑재하고, 2027년까지 시범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논문 ‘Towards a Future Space-Based, Highly Scalable AI Infrastructure System Design’을 통해 81기의 태양광 위성으로 구성된 1km 반경 궤도 군집을 하나의 설계 예시로 제시했다. 각 위성에 TPU를 탑재하고, 위성 간 광통신으로 연결해 우주 기반 AI 연산 인프라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AI 반도체, 저장장치, 통신 장비 등을 위성에 탑재해 지구 궤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개념이다. 데이터센터를 궤도상에서 운영해 지상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전력, 부지, 냉각, 지역 반발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지구 궤도에서는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고, 특정 궤도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대규모의 GPU를 필요로 하는 학습 중심 경쟁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추론 중심의 경쟁으로 옮겨가며, 우주 데이터센터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추론은 이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작업 단위가 상대적으로 작고 분산 처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 스타클라우드 누리집
미국 외 지역에서도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은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우주 스타트업 아다스페이스가 알리바바의 ‘큐원 3’ 모델을 우주 컴퓨팅 센터에 배치해 추론 작업을 수행했다고 발표하는 등 실증 사례를 쌓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은 2030년까지 1GW급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등 국가·민간이 결합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유럽에서는 EU 지원을 받는 ASCEND 프로젝트가 우주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가능성과 환경적 효과를 검토해왔고,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기업과 스타클라우드, 오비탈 등 우주·AI 스타트업들도 각기 다른 방식의 우주 컴퓨팅 인프라를 제시하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 논의가 단순한 미래 구상에서 국가·기업 간 초기 실증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망은 엇갈린다.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지난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가 AI 컴퓨팅 수요 증가에 대응할 잠재력은 있지만, 실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예측 가능한 성능, 반복 가능한 배치, 신뢰성,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발사 비용, 위성 교체 주기, 데이터 이동 비용까지 고려해도 지상 데이터센터와 경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도 지난 6일 보도에서 우주 데이터센터 붐이 대형 AI 연산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기업뿐 아니라 관련 우주 인프라 기업 전반에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타캐처는 우주 공간에서 광학 방식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위성망을 개발하고 있으며, 재사용 위성 개발사 럭스 에테르나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정기적인 하드웨어 교체와 회수가 필요한 동적 시스템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이스뉴스는 AI 성장과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규제·인프라 제약이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에 복수의 기업과 전략이 공존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우주항공청은 지난달 17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한국형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첫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정부의 ‘K-문샷 프로젝트’ 가운데 유일한 우주 분야 미션으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핵심 기술의 우주 실증 이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제 상용 인프라로 자리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한계가 적지 않다. 우선 우주 방사선은 GPU와 메모리 등 반도체 장비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는 장비 고장 시 부품 교체와 수리가 가능하지만, 궤도상 위성은 유지보수가 어렵고 교체 비용도 크다. 위성을 수년 단위로 교체해야 한다면 발사 비용과 제조 비용이 전체 경제성을 좌우하게 된다.
발열 관리도 핵심 과제다. 우주 공간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지상과 같은 방식으로 팬이나 공조 설비로 열을 식힐 수 없다. 서버와 반도체에서 발생한 열은 방열판 등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방출해야 한다. AI 연산 장비의 전력 밀도가 높아질수록 더 큰 방열 구조가 필요하고, 이는 위성의 무게와 크기, 발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통신 지연과 데이터 전송 비용도 변수다. 일부 AI 추론 업무는 수십~수백 밀리초 수준의 지연을 감내할 수 있지만, 초저지연이 필요한 금융 거래와 같은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위성 간 통신과 지상국 연결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오가는 비용도 낮춰야 한다. 여기에 우주 쓰레기와 궤도 혼잡, 천문 관측 방해 가능성 등 우주 환경 전반의 지속 가능성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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