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이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노골적인 반도체(DS)부문 중심 행보를 이어가며 임직원 간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급 개선안에서 소외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DX가 노조의 과반 달성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비판과 함께 노조 탈퇴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 뉴스1
2일 초기업노조의 부문별 가입 현황을 보면 DX부문의 이탈 조짐이 수치로 확인된다. 3월 10일 1만4575명이었던 DX부문 가입자 수는 3월 31일 기준 1만4553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DS부문 가입자는 5만1374명에서 5만5822명으로 4400명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DS부문의 전체 가입 비중 역시 68%에서 72.2%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가전(DA), TV(VD), 네트워크 등 주요 DX부문 조직에서 가입자 이탈이 뚜렷했다. DA는 2322명에서 2291명으로, VD는 1580명에서 1565명으로, 네트워크는 1453명에서 1434명으로 가입자 수가 일제히 줄었다.
DX부문 임직원들은 특히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투명화 등 DS부문의 핵심 의제에만 매몰된 점을 지적한다. 사측이 핵심 요구안인 상한 해제와 투명화를 사실상 수용했음에도 DX부문을 위한 현실적인 보상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의 발언도 갈등을 부추겼다. 최 위원장은 최근 조합원 텔레그램을 통해 삼성전자를 ‘종합반도체회사’라고 선을 그으며 가입자들을 향해 해당 정체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전과 무선 사업 등을 아우르는 ‘종합전자회사’로서 삼성전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비치며 DX부문 임직원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2024년 5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문화행사를 갖고 임금 협상 및 올해 임금 인상안 재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뉴스1
이런 상황에서 DX부문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수원전자’나 ‘텔레비전’, ‘휴대전화’라고 낮춰 부르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커진다. “회사와 노조 모두 DX는 안중에도 없다”거나 “과거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번 돈으로 반도체 공장을 올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팽하느냐”는 식의 배신감도 팽배한 분위기다.
회사 내부에서는 초기업노조를 떠나 DX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대안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초기업노조처럼 특정 사업부의 보상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닌 DX부문의 특수성까지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대응론이다.
노조는 4월 23일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경영진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 5월 파업까지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DX부문의 냉담한 반응과 내부 분열이 가속하되면서 파업 동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DS부문 가입자는 여전히 5만5822명에 불과하며 DX부문 가입자(1만4553명)를 빼면 전체 직원 수(12만9060명) 대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4월 23일 평택 집회 참석 의사를 밝힌 임직원은 2만6006명(1일 오후 3시 기준)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3월 30일 노조 측에 매출·영업이익 국내 1위 달성 시 메모리사업부에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 포상’을 약속했다고 사내 공지했다.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함께 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교섭 중단과 관련해 “임금협상이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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