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나폴레옹은 필요 없다
장수일 광주경실련 정책국장
2026년 09월 07일(월) 22:00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히느냐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자신의 능력과 맞지 않는 자리에서는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반대로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적재적소에 배치되면 조직의 성패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조직 운영에서 오래된 원칙으로 꼽히는 것이 ‘적재적소(適材適所)’다.
리더십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흔히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고 모든 것을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영웅적 리더를 떠올린다.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에 필요한 리더가 과연 나폴레옹 같은 사람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켄텍에 필요한 것은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리더다.
나폴레옹의 진정한 강점도 모든 일을 자신이 잘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고 그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맡길 줄 알았다. 세종대왕 역시 마찬가지다. 황희, 김종서, 장영실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인재를 발탁하고 그들의 능력을 국가의 발전을 위해 활용했다. 위대한 리더는 자신이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의 뛰어난 사람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켄텍은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다르다.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 산업을 이끌기 위해 설립된 국가 전략대학이며 세계적인 에너지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해야 한다. 광주·전남의 에너지 산업 생태계와도 함께 성장해야 할 특별한 사명이 있다. 그렇다면 총장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 역시 분명해야 한다. 대학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사명을 실현할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사람인가를 가장 먼저 봐야 한다.
에너지의 미래를 연구하는 대학의 총장이라면 에너지 분야와 연구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을 이끌려면 연구자의 현실과 문화를 알아야 하고 학생을 키우려면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면 광주·전남의 산업과 지역사회의 현실도 알아야 한다. 행정 능력과 조직관리 능력 역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대학의 본질적 전문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철강산업의 미래를 모르는 사람에게 정치력과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철강회사를 맡긴다면 구성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에너지 연구와 교육이 핵심인 켄텍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의 설립 목적과 전문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총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에 가깝다. 더구나 켄텍은 2년 넘게 총장 공백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총장 선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렇다고 서둘러 적당한 사람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총장 한 사람의 임기는 제한적이지만 그가 만드는 연구문화와 조직문화, 인재에 대한 철학은 대학의 수십 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총장은 ‘힘센 총장’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조직에 관철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대학에 남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켄텍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의 사람을 심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켄텍에는 군대를 이끄는 장군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실험실이 있고, 연구자가 있으며, 학생이 있고,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가 있다. 따라서 필요한 리더는 과학자를 존중하고 연구자를 키우며 학생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번 총장 선임은 단순히 한 사람의 자리를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켄텍이 어떤 대학으로 성장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정치적 인연이나 개인의 명성보다 전문성과 미래 비전을 보고, 과거의 경력보다 대학의 사명과 미래를 봐야 한다.
우리에게 나폴레옹은 필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을 알아보고, 사람을 믿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자신보다 대학의 미래를 앞세우는 리더다. 그런 리더가 선택될 때 켄텍은 비로소 누군가의 대학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학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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