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 시인·요가마스터·문화칼럼니스트
원래 파리는 작은 조각을 가리키는 말인데, 나무의 낱 잎인 이파리나 깨진 사기그릇 조각인 사금파리가 그 예이다. 파리는 똥파리 쉬파리 금파리 초파리 검정파리 등 앉는 자리에 따라 혹은 몸의 색깔에 따라서도 달리 불린다. 사체와 같은 더러운 곳에서 보내기 때문에 파리 자체가 움직이는 병원균이라고 볼 수 있다.
모기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준다면, 파리는 깐죽거리며 사람을 괴롭힌다. 파리는 후각이 발달하여 좋아하는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파리가 유독 사람의 얼굴에 잘 앉는 것은 냄새 중에 사람의 침 냄새를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파리는 바퀴벌레, 모기와 함께 3대 해충으로 꼽히는 벌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種)으로는 집파리와 초파리가 있다. 집파리는 모든 병충해 가운데 식품 안전성에 가장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 파리보다 유충인 구더기는 이용도가 높다. 19세기에는 거머리·개미와 함께 의료용으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법의학에서는 중요한 증거 등으로 쓰인다. 또한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작물의 꽃을 수분(受粉)시켜 종자를 얻는 용도다. 파리가 꽃가루받이용으로 쓰이는 작물은 주로 망고이며 제주도 등에서 많이 이용한다.
아무리 파리가 유해하더라도 멸종시킨다면 전 인류급 대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해도 파리가 수분에 차지하는 비중은 벌이나 다른 곤충의 몇 배 이상이고 파리가 멸종된다면 아마 인류는 채소의 섭취량이 너무 모자라 멸망할 수도 있단다. 더구나 파리는 사체나 분변(糞便)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남성용 소변기에는 가끔 뜬금없이 작은 파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으로 오줌을 조준하라는 의미.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처음 시도한 아이디어로, 청결한 화장실에 일조하였다고 한다. 파리는 다리에 있는 가느다란 털들로 냄새를 느낀다. 간혹 다리를 비비는 행동을 하는데를 다리를 움직이면서 다리 부분의 불필요한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런 행동은 냄새 더 잘 맡을 수 있게 한다.
초파리는 다루거나 키우기 쉽고, 한살이가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짧다. 알을 많이 낳아 통계처리가 용이하고, 염색체가 8개로 적은 데다 우생 침샘에 거대 염색체가 있어서 그지없이 좋은 실험 모델 생물이다. 유전학·발생학·행동학·생태학 등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병을 유발하는 유전인자가 사람과 75%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주생물학 연구와 인간 질병 연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초파리는 1초에 220번가량 날개를 떨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에는 국경·나이가 없다는 말 외에 사랑은 하등·고등생물에 관계없이 전력투구해야만 쟁취할 수 있다는 말도 생길 법하다. 역시나 매사에 공짜는 없나 보다.
'파리 자세'. 시연자 최진태
파리 자세는 '파시니 무드라(pasini mudra)'라 한다. 파시니(pasini)는 파리란 뜻이다. '에카파다 시르사 아사나'라고도 하며 일명 '골반 이완 체위'라고도 일컫는다. 숨을 토해내며 한 발을 잡고서 가슴·귀·목까지 올리는 연습을 한 후에 최종적으로 발을 목뒤에 올려놓는다. 목과 머리를 뒤로 치켜올리고 등은 곧게 편 채, 가슴 앞에서 합장한다. 양발 교대로 실행한다. 내공이 쌓이면 서서 할 수도 있다. 골반의 개폐력과 확장성을 높이고 무릎의 경화(硬化) 방지에 효과적이다. 허벅지 뒤쪽에 경직을 풀어주고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며 소변 배출과 복부 수축력을 높인다. 소화력을 증가시키는 데도 유용하다.
파리는 질병을 옮기기도 하는 통에 더럽고 징하고 불쾌한 곤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주는 어둡고도 밝은 양면성을 바라보면서 불이사상(不二思想)을 떠올린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이치일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 맺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것들과의 관계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리를 일컬어 우리가 해충(害蟲)·익충(益蟲)이라 구분 짓는 것은 지구의 후발 주자인,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오만하고도 편협적이며 자기본위적인 관점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짧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인간에게 해(害)와 유익(有益)을 동시에 선사하는 파리의 일상을 고찰해 보며, 우리의 삶도 일상의 철학도 되돌아보게 되는 '파시니 무드라(파리 자세)'이다.
파리
더럽고 불결하다/궂은 일 몸낮추고 기꺼이 헌신하며/자연회귀 마지막 과정 몸바쳐 돕는다오/그대들 양면성에 불이사상 떠올리며/ 지구별의 공동체인 것 쿨하게 인정
최진태 시인·요가마스터·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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