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 역사가 시작된 곳, 쌍계사 템플스테이
선다회가 진행하는 ‘전통 다도’를 배우기 위해 5월1일 미국에서 온 10여 명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쌍계사를 찾았다. 직접 차를 내려 맛보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들.
들어가는 것부터가 힐링이다.
무엇이든 품을 것만 같은 넉넉한 하동 섬진강을 따라 신록 가득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은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자 산책로로 꼽힌다. 오죽하면 국토교통부가 명명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겠는가.
수려한 풍경이 어우러진 이 길 끝에 이르면 ‘호중별천(壺中別天)’이 시작된다. 통일신라 최고 문장가인 최치원 선생이 극찬한 ‘호리병 속 별천지’. 호리병 입구 같은 좁은 일주문 지나면 고운 선생이 써 내려간 ‘신선이 옥 베개를 밀치고 머물렀다’는 환상이고 이상인 세계가 펼쳐진다. 중요한 건, 누구든 근사한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가로운 평일에도 쌍계사는 차밭 여행객들로 분주하다. 신라 흥덕왕3년(828)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렴공이 차 씨앗을 가져와 처음 차를 심은 우리나라 차 시배지(始培地)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쌍계사만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그 덕분, 높고 낮음 없이 경내지 곳곳 빈 데 없이 자리한 차나무들은 특유의 질긴 생명력과 진초록의 생동을 내뿜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전통 차를 배우려는 이들이 반드시 쌍계사를 먼저 찾는 이유다.
선다회가 외국인 티소물이에들 앞에서 전통차 시연을 하고 있다.
차를 전문으로 다루는 티소물리에들에게도 쌍계사 차 맛은 특별하다.
물을 여러번 부어가며 차를 우리는 과정.
선다회 시연에 따라 다도를 배우는 외국인들.
‘차 시배지’ 특성 살린 프로그램
선다회 전통차 체험, 티소물리 등
호주, 미국, 유럽 관광객에게 인기
도원암에서 하룻밤...한옥스테이도
“자 이 과정은 수류(隨流)라고 합니다. 지금 버리는 이 물은 찻물로 잔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함이고요. 다시 부어 우립니다. 차는 물과 불의 조화하는 말 들어 보셨나요? 뜨거운 열에 충분히 우린 찻물을 앞에 있는 본인의 잔에 따르고 옆으로 넘겨 주세요. 넘겨 받으신 분은 다시 옆으로 넘겨 주시고요. go with the flow(흐름에 따른다). 물 흐르는 듯, 한 방향으로 차를 나눈다고 해서 ‘수류’입니다.”
전통차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는 쌍계사 시민선방에선 한국선다회 다도 시연이 한창이다. 앞서 호주에서 온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스님과의 차담’을 가진 데 이어 미국팀이 전통 다도 교육에 한껏 빠졌다. 한복을 갖춰 입고 절제된 동작으로 전통 다법을 선보이는 다인들의 우아한 몸짓에 넋을 놓은 것도 잠시,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세세한 해설과 통역이 이어지자 감탄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슈류? flow(자연스레 흐르도록 둔다고)? wow(대단해)~” “go around(한번 더 돌릴까요)?” “pass it on(전달해 줘)” “마시써요”
서툰 한국어까지 써가며 다도에 담긴 철학을 하나씩 알아가는 동료들을 보며 흐뭇해 하던 크리스틴 영 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미국에서 ‘티소물리에’로 활동하는 크리스틴은 지난해 한국의 차 시배지인 쌍계사를 찾았다가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지인들을 데리고 한국을 다시 왔다. 맛과 향 자체가 다른 차 맛도 차 맛이거니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갖춘 다도의 정석, 불교 문화 체험과 한옥 스테이까지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때문이다.
쌍계사 템플스테이 때문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던 크리스틴은 한마디로 “that was cool(완전 좋았다)”이라고 했다. 크리스틴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지만 한국의 쌍계사는 소물리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며 “다시 와도 1박2일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볼 것 많고 할 것도 많아 언제고 다시 한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 문화 축제가 열리는 4월과 5월은 여행객도 많지만 유독 차인과 외국인이 눈에 띄는 시기다. 그중에서도 외국에서 활동하는 ‘티소물리에들’에게 쌍계사는 더없이 완벽하다. 한국의 차 시배지에서 갓 수확한 고급 녹차를 맛볼 수 있는 데다, 예불과 108배 그리고 사찰음식 등을 경험하며 산사의 신비를 느끼기에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를 위한 한옥 ‘도원암’에서 한국의 정취가 가득한 한옥스테이까지 누리기 부족함이 없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티소물리에들’에게 쌍계사는 완벽한 장소다. 시배지 차는 물론 떡과 과일, 다식이 코스처럼 전통식으로 제공된다.
호주에서 온 외국인이 법고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예불에 앞서 법고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호주에서 온 외국인 참가자들이 4월30일 예불에 참가하고 있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 한국인 스님들도 출퇴근을 하는가, 퇴직이 언제까지 인가 등 재미있는 질문이 많이도 쏟아졌다. 유나 스님이 웃으며 친절하게 답변하고 있다.
한옥스테이로 유명한 쌍계사 도원암 전경.
사전 예약자에 한해 ‘스님과의 차담’도 신청 받는데, 매번 경쟁이 치열하다. 시민선방에서 진행되는 차담에는 웬만한 하동 유명 찻집 부럽지 않은 찻상 차림이 준비된다. 다인들이 제대로 내려준 따뜻한 차에 떡과 과일, 다식이 코스처럼 전통식으로 나온다. 유나 스님 등 소임자 스님들이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으며 불교와 관련한 궁금증도 한정없이 풀어준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볕이 적당히 들어오는 시민선방에 앉아 지리산 맑은 계곡 물소리 들으며, 바람에 춤추는 차나무 잎을 구경하며 신선 놀음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호주에서 온 린 씨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며 “so slow(천천히 흐른다), 차를 차분히 마시는 것도 올리브 정과를 입에 물고 하나씩 음미하는 것도 한국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모두 처음 겪는 진귀한 경험”이라고 했다.
반전은 쌍계사 템플스테이가 차 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다도에 관심 없는 사람에겐 더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 폭포 일원은 옛 문인들의 예찬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국가적 명승지. 어느 때는 체험형 템플스테이 보다 휴식형 신청자가 절대적으로 많을 때도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를 위한 한옥 숙소 도원암 방문을 열면 눈앞에 지리산 수려한 풍경이 눈앞 가득 펼쳐지기 때문이다. 초록 가득 풍광, 맑고 청아한 계곡, 번뇌까지 씻어줄 것 같은 시원한 바람은 ‘자연이 주는 위안’ 그 자체다. 국내외 방문객을 막론하고 절로 ‘that’s cool’을 부르는, 그야말로 한국의 별천지다.
MBN 힐링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스테이’ 촬영지로 소개되며 더 유명해졌다.
쌍계사 템플스테이는
테플스테이 우수 운영 사찰이다. 지리산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새벽 예불, 참선, 다도, 발우공양 등 불교 전통 수행을 체험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국내외국 막론하고 인기가 높다. 그중에서도 ‘차 시배지’라는 특색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인기. 쌍계사 회주 영담 덕운대종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진감초의다맥 한국선다회가 직접 운영하는 ‘전통차와 예절’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시배지 차를 직접 우리고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체험형 프로그램인 ‘야생차 티클래스’는 차의 본고장 하동에서 티마스터의 안내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MBN 힐링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스테이’ 촬영지로 소개되며 템플스테이 숙소로 쓰이고 있는 도원암에서 하룻밤 묵는 한옥 스테이가 인기다.
맑고 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 쌍계사.
쌍계사=이경민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