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박정숙 책임연구위원 ·산업경제연구부장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이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될수록 지역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실존적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10월 ‘청주학연구센터’가 출범하였다. ‘청주학’은 단순히 향토사를 들여다보는 활동이 아니다. 청주의 DNA를 분석해 미래 생존 전략을 준비하는 가장 현대적인 의미의 ‘미래학’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경쟁력은 그 도시만이 가진 독창성(Originality)에서 나온다. 청주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탄생시킨 기록문화의 성지이자, 교육과 선비정신의 고장이다. 그러나 정작 그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에게 청주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교육의 도시’라는 상징은 박제된 수사에 머물러 있고,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표현은 개성 없는 무난함으로 치부되기 쉽다.
청주학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리 발밑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청주시민에게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이다.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는 애착으로 이어지고, 그 애착은 곧 지역 문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토대가 된다. 정체성이 확고한 도시는 외부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청주학은 단지 고서에 갇힌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과거의 기록문화 유산은 오늘날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IT 산업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 금속활자를 주조하던 기술적 정교함이 현대의 정밀 제조산업으로 계승되었다는 인문학적 연결 고리는 청주의 산업적 위상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든다.
또한, 청주의 원도심이 지닌 공간적 가치와, 청남대, 상당산성, 초정약수 등 청주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때, 비로소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독창적인 관광 콘텐츠와 로컬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해답 역시 청주학의 깊이 있는 연구에서 찾아야 한다.
현대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고립과 단절을 해결할 열쇠 또한 지역학에 있다. 청주학은 세대 간의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청주와 청년들의 감각이 만날 때 비로소 청주는 생동감 넘치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정치‧경제 등 인문환경을 아우르는 청주학은 지자체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되며, 이는 곧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청주학은 일부 연구자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기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학계의 심층적인 연구 그리고 무엇보다 청주시민의 뜨거운 관심이 균형있게 갖춰질 때, 청주학은 비로소 우리의 생활속에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청주다움’을 연구하는 일은 곧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묻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청주학은 청주의 과거에 대한 예우이자, 현재를 사는 시민을 위한 위로이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자산이다. 청주학 연구를 통해 우리만의 언어로 청주의 가치를 증명해 나갈 때, 청주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당신에게 청주는 어떤 곳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 바로 청주학 연구가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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