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올리아와 손잡고 유틸리티 운영 전반 손질···보이지 않는 비용 구조 개선
정유 경쟁력, 공정 안정성과 자원 효율 관리가 변수로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 /사진=GS칼텍스
| 스마트비즈 = 김종훈 기자 | GS칼텍스가 지난 3일 베올리아와 맺은 협약은 여수공장 내부 운영 체계를 손보겠다는 움직임에 가깝다. 협력 범위에는 폐수처리 통합 운영, AI 기반 유틸리티 데이터 분석, 예측 정비, 폐수 재이용, 냉각 시스템 개선, 유효물질 회수 등이 담겼다. 협약 초기 단계라 구체 사업 순서나 정량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용과 비효율을 줄여 운영 체질을 다듬으려는 방향은 읽힌다.
먼저 손보는 공장 내부
GS칼텍스가 손보려는 것은 공장의 유틸리티 운영 체계다. 유틸리티는 물·전기·증기·냉각·폐수처리처럼 공장을 움직이는 기반 설비를 뜻한다. 여수공장 폐수처리 시설의 통합 운영과 최적화, 인근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하고, AI 기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지능형 공정 관리, 이상 감지, 예측 정비도 추진하기로 했다. 폐수 재이용과 냉각 시스템 개선, 유효물질 회수까지 더해 물과 에너지, 폐수, 설비 안정성을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여수공장 설비 관리 플랫폼 '에셋 플러스'를 통해 파편화된 설비 데이터를 한 곳으로 통합했고, 2023년 6월부터 약 2년간 2000명 이상이 투입돼 모든 설비 데이터를 하나로 묶었다. 베올리아 협약은 이미 깔아둔 디지털 기반 위에 물·에너지·폐수 운영 데이터를 정교하게 얹는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여수공장의 경쟁력을 생산량 확대보다 운영 정밀도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정유공장의 물 관리 효율을 높이면 원수 사용과 폐수처리 비용을 함께 줄일 수 있다. /사진=스마트비즈 DB
왜 물·폐수·냉각이 경쟁력이 되나
정유공장 경쟁력은 제품 생산 공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물 사용량과 폐수 처리 효율, 냉각 설비의 안정성은 비용 부담, 환경 규제 대응과 공정 운영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 국제 에너지 업계 협의체 이피에카(IPIECA)는 정유공장에서 물 관리를 개선하면 원수 사용량과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폐수 유량과 오염물질 부하를 낮춰 폐수처리 운영·유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과 폐수가 손익과 직결되는 운영 변수로 여겨지는 이유다.
냉각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베올리아는 정유·화학 같은 중공업 현장에서 냉각 회로가 공정의 안정성·안전성·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본다. 산업 현장에선 냉각이 전체 용수 사용의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고, 냉각수의 온도나 압력 변화는 공장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냉각·용수·폐수는 생산과 비용, 운영 리스크를 좌우하는 요소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과 크리스토프 마케 베올리아 글로벌 사업총괄 선임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베올리아를 택한 이유는 '통합 운영' 경험
베올리아는 물·폐기물·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환경 솔루션 기업이다. 상수·하수, 폐기물 처리, 에너지 관리까지 포괄하는 사업 구조를 갖춰 여수공장처럼 복합 공정이 얽힌 사업장에서는 개별 설비보다 통합 운영 경험이 강점이 될 수 있다. GS칼텍스가 이번 협약을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베올리아의 강점은 분명하다. 베올리아의 허브그레이드(Hubgrade)는 물·폐기물·에너지 등 환경 자원 운영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 모니터링, 최적화, 예측 시스템을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다. 운영 효율과 환경 성과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GS칼텍스가 여수공장 유틸리티 운영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과 지능형 공정 관리, 예측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베올리아의 디지털 운영 경험은 이번 협약의 핵심 자산으로 보인다.
글로벌 업계도 공장 효율부터 다시 본다
GS칼텍스의 선택은 해외 정유·에너지 업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영국 에너지기업 BP의 호주 크위나나 정유공장은 물 재이용 확대와 저품질수 활용, 공정 폐수의 민감 지역 배출 제로를 목표로 물 절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생산량 확대와 별개로 물 사용 구조를 손본 사례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 역시 AI를 공장 운영 효율화에 접목하고 있다. 셸은 공정 개선과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예측 정비에도 적용하고 있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이상 징후를 포착해 설비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정유·에너지 업계에서 예측 정비와 운영 최적화가 경쟁력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가 노리는 것은 '보이지 않는 비용' 절감
GS칼텍스가 이번 협약에서 겨누는 지점은 공장 안의 보이지 않는 비용 구조다. 전기와 스팀, 용수 사용량을 줄이고 폐수 처리 부담을 낮추며, 설비 이상을 조기에 감지해 예기치 않은 정지와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겠다는 방향이다. 여기에 폐수 재이용과 냉각 효율 개선까지 맞물리면 공정 안정성, 자원 효율, 탄소 저감, 순환경제 기반 강화까지 노릴 수 있다. 물 관리 개선은 원수 비용과 폐수처리 비용을 건드리고, 냉각 최적화는 에너지 비용과 시스템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과정일 뿐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협약 체결 단계인 만큼 세부 사업 내용은 향후 추진 과정에서 추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은 정유사가 공장의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과 에너지, 폐수, 정비를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어 정밀하게 관리하는 역량이 향후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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