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140 출발…전쟁공포에 매도 폭주
유가 100달러 재돌파·반도체 투매 겹악재
“워스트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며 국내 증시가 31일 장 초반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 급등과 반도체 업종 부진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 코스피 2%대 하락…외국인 대규모 매도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3.55포인트(2.53%) 내린 5143.75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오전 10시 35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1.25포인트(1.92%) 하락한 5175.95에 거래 중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1조 8612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4719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1조 2899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7만 1700원(-2.61%), SK하이닉스는 83만 1000원(-4.81%)에 거래되며 반도체 대형주 낙폭이 확대됐다. 현대차 45만 7500원(-2.56%), LG에너지솔루션 40만 2000원(-1.95%) 등 주요 종목들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1.71포인트(1.96%) 내린 1085.52를 기록 중이다. 수급은 혼조세다. 외국인은 12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09억 원, 기관은 359억 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종목별로는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삼천당제약은 97만 9000원(-25.76%)으로 급락했고, 에이비엘바이오도 16만 9100원(-1.46%) 하락했다. 반면 에코프로 14만 8800원(+1.43%), 레인보우로보틱스 54만 4000원(+1.12%) 등 일부 종목은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이번 하락은 중동발 리스크 확대와 유가 급등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가 동시에 커졌다.
국제유가는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102.88달러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 봉쇄 우려가 확대된 점도 에너지 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이크론(-9.88%), 샌디스크(-7.04%) 등이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23% 급락했고,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가 동시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 진행 과정의 전반적인 맥락을 보면 백악관이 4월 6일 이전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이란 역시 협상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전쟁 리스크 격화와 고유가 장기화라는 워스트 시나리오의 현실화 확률은 낮게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미 증시 혼조…반도체 충격 지속
간밤 미국 증시는 협상 기대와 기술주 부진이 엇갈리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50포인트(0.11%) 상승한 4만 5216.14에 마감했다. 반면 S&P500 지수는 25.13포인트(0.39%) 하락한 6343.72, 나스닥 지수는 153.72포인트(0.73%) 내린 2만 794.64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진전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에너지 시설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특히 반도체 업종 약세가 두드러졌다. 마이크론이 9.91% 급락했고, TSMC(-3.13%), AMD(-2.95%), 인텔(-4.50%), 램리서치(-5.43%)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23% 떨어졌다.
변동성 지수(VIX)는 30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 불안이 여전히 높은 상태임을 보여줬다.
박기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고용보고서는 파업 인력 복귀 영향으로 고용 증가가 예상되지만 전쟁 충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후행 지표”라며 “파월 의장 발언과 휴장 전 레버리지 청산, 마진콜 리스크 등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쟁 리스크와 유가, 반도체 업황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코스피는 다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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