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를 두고 “국민의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 커다란 정국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987년 체제 개헌의 당위성에는 여야가 공감하고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연임 문제는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소모적 정쟁을 유발하는 가장 민감한 쟁점이다.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입법부 수장이 현직 연임 가능성을 원론이라는 이유로 언급한 것은 야당에 정략적 빌미를 제공하고 개헌 동력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경솔한 처사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즉각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 내에서도 박지원 의원이 “헌법 정신 파괴”라고 지적하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개헌이 정권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오인되는 순간, 권력 구조 개편과 민생 제도 혁신이라는 개헌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사태를 수습해야 할 이재명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이다.
이 대통령은 7박 11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이 논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해외 순방 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내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왔던 평소 행보에 비춰볼 때, 이번 침묵은 의도적인 모호함 유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대리 발언이나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양당 회담에서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언급을 이유로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변인이나 참모를 통한 간접적인 해명만으로는 국회의장의 발언으로 다시 불붙은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논란은 국정 운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침묵이 오히려 불필요한 정치적 의심을 키운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가 지속될수록 국민적 불신은 커지고 국정 운영에는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45.9%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번 연임 개헌 논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개헌은 권력 구조 개편부터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강화 등 국가의 백년대계를 다각도로 논의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쟁점 사안을 원활히 협의하려면 여야 간의 정치적 신뢰가 최우선이다. 당사자인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의 연임은 없으며 현직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어 정국 불확실성을 끝내야 한다.
자칫 명확한 메시지가 지연될 경우, 여권 강성 지지층의 정계개편과 임기 연장 시도라는 음모론까지 확산돼 국정 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대통령은 더 이상 참모의 입 뒤에 숨어 국정 혼란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연임 포기를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어조로 분명히 선언함으로써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국회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다각적인 개헌 논의에 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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