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존재의 정의를 흔드는 AI
칼럼
새전북
2026년 06월 11일 16:43
승인
2026년 06월 11일 19:57
오늘날 우리는 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대변혁의 시대에 생존하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이 압도하는 문명의 시대에 우리 인문학을 하는 문인의 삶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문학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인문학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물음이 곧 우리 문인을 포함한 인간이 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상 두 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산업혁명과 AI 혁명입니다. 혁명은 두려움 대상이기도 하지만 미래로 향하는 또 다른 희망이기도 합니다. 문명의 전환 속에서 인문학 또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혁신적인 문명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때마다 인문학은 외면받는 듯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가치를 가장 강렬하게 증명해 왔습니다. 육체적 노동을 대체했던 산업혁명과 지능을 대체하는 AI 혁명 속에서 인문학의 변화를 방향을 추적해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지향점이 보입니다.
영국에서 출발한 산업혁명이 세계로 확산하여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기술 확산이 물리적인 공장 건설과 선박·철도 이동에 의존한 기술의 확산 방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AI혁명은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통해 새로운 AI 모델이 출시되면 단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확산이 됩니다. 챗GPT가 출시 몇 달 만에 전 세계 수억 명의 일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합니다. AI시대는 변화의 속도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창의성' 영역까지 AI가 진입하면서, 인간은 AI를 관리하고 최종 검수하는 '기획자 및 감독관'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산업혁명과 AI 혁명은 문학과 예술의 변화는 현실의 고발에서 주체의 해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의 물질만능주의로 인간을 부속품으로 전락시키고 인간성 상실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 왔지만 오히려 인문학은 산업화의 참상을 고발하는 리얼리즘 문화를 꽃피우고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I혁명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생각', '창작', '언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지적·예술적 우월성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인은 AI를 도구로 삼아 협업하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창조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문인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묻고, 예술의 '주체'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존재의 본질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천 년간 쌓인 문헌과 역사를 AI로 단 몇 초 만에 데이터화하여 분석합니다. 인문학자가 코딩을 배우고, 데이터 속에서 문화적 패턴을 읽어내는 학문적 융합이 일어납니다. 그 융합에서 또다른 융합적 창조가 창출될 수 있도록 우리는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19세기의 인문학은 기계에 영혼을 빼앗긴 인간들에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인간성을 위로했습니다.
오늘날 AI시대의 인문학은 지능을 가진 기계들 사이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정의합니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의 조건'을 바꾸었다면, AI 혁명은 인간의 '존재 정의'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문학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술은 '어떻게(How)' 전진할지 알려주지만, 우리가 '어디로(Where)' 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과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의 하는 문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영위하는 삶이 우리의 행복입니다./정재영(전주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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