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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너家 떠난 뒤 판촉 위축…향토색 살려 지역민에 다가가야

전남광주 동구 동명동 일대에서 하이트진로 테라 판촉 직원들이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너家 떠난 뒤 판촉 위축…향토색 살려 지역민에 다가가야

오너家 떠난 뒤 판촉 위축…향토색 살려 지역민에 다가가야

전라도 소주 보해의 눈물

창업주 3세 지난해 퇴사

홍보활동마저 안 보여

타 지역 향토주 적극 공익활동

젊은층 선택받을 경쟁력 필요

2026년 09월 10일(목) 21:40

전남광주 동구 동명동 일대에서 하이트진로 테라 판촉 직원들이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류시장과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광주·전남 대표 주류기업 보해양조에도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역 소비자의 선택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젊은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창업주 3세 자매가 잇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만큼 보해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역 대표기업의 위상을 다시 세울지에도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년 만에 떠난 오너 3세…성장동력 찾아야=보해양조는 지난해 3월 임지선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조영석·임지선 공동대표 체제에서 조영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손녀이자 최대 주주인 창해에탄올 임성우 회장의 장녀인 임 전 대표는 2013년 영업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해 2015년 30세의 나이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취임 초기 탄산 저도주 ‘부라더소다’ 등으로 젊은층 공략에 나섰지만 이후 신제품들도 잎새주의 뒤를 이을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했다. 실적도 뒷걸음질쳤다. 2015년 1238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7년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뒤 현재까지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99억원으로 10년 전보다 27% 가량 줄었다. 임 전 대표에 이어 지난해 7월 동생 임세민 이사도 회사를 떠나면서 경영에 참여했던 창업주 3세 자매는 모두 퇴진했다. 현재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인 조영석 대표가 맡고 있다. 회사는 임 전 대표의 사임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설명했다.

수익성은 최근 개선됐다. 2023년 28억원의 영업손실에서 2024년 2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8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구조조정과 사회공헌·판촉활동 축소 등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당기순이익 67억원에도 순천지점 매각에 따른 유형자산처분이익 62억여원이 반영됐다.

◇지역 공익활동 확대로 지역기업 이미지 높여야=지역사회와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과제다. 보해는 1981년부터 지역 인재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지만,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이후 장학사업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다른 지역 향토 주류업체들은 지역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기업과 지역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대선주조는 부산 최초의 민간공익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무료 급식 봉사 등을 펼치고 있으며, 100만명 이상이 찾는 부산불꽃축제에 제1회부터 주 협찬사로 참여해 매년 수억원을 후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고(故) 최동원 선수 동상 건립과 ‘고교 최동원상’도 후원하는 등 부산이라는 지역 정체성을 기업 활동과 연결하고 있다. 지역사회 환원을 목표로 선보인 신제품 소주에는 아예 ‘釜山(부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남의 대표 주류업체 무학도 좋은데이나눔재단을 중심으로 장학·자선사업은 물론 문화예술, 생활체육, 공익사업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금까지 지급한 장학금만 58억원, 수혜 학생은 9000명에 달한다. 특히 2011년 시작한 ‘좋은데이 희망장학생’은 부산·울산·경남지역 학생을 선발해 매월 50만원씩 최장 10년간 지원하는 장기 인재육성 사업이다.

대전·충청 기반의 선양소주는 사회공헌 사업 자체를 지역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조웅래(66) 회장은 2006년부터 대전 계족산 임도 14.5㎞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는 황톳길을 조성했다. 이후 20년 넘게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관리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액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계족산 황톳길은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지역 명소로 성장했고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도 네 차례 선정됐다. 숲속음악회와 맨발축제, 마라톤 등 문화·관광 콘텐츠도 접목해 기업 투자와 관광객 유입,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특히 조 회장은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직접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에 출연해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며 브랜드 홍보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역 연고에 기대지 말고 트렌드 맞는 맛 찾아야=주류업계에서는 보해가 과거 시장점유율을 되찾는 데 매달리기보다 소비자가 잎새주를 선택할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젊은층에서 제기되는 술맛에 대한 평가를 면밀히 살피고, 음주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대와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연고만으로 소비자에게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신제품을 내놓는 단기 대응보다 장기간 투자할 핵심 브랜드를 정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일관되게 끌고 갈 필요성도 제기된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과 트렌드에 맞춰 경쟁력 있는 술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잎새주는 여전히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소주로서 지역민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브랜드”라면서 “이 정체성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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