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익 39.9% 급감·보험손해율 악화
K-ICS 하락 우려 속 2.3조 포테그라 인수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DB그룹
DB손해보험이 2026년 들어 여러 논란에 서있다. 창업주 김준기 회장의 위장계열사 은폐 혐의로 인한 오너 리스크, 주주환원·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의 충돌, 2조3000억원 규모 해외 M&A를 둘러싼 주주 반발이다. 여기에 1분기 실적까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며 급락했다. '안정적인 우량주'라는 이미지 뒤에서 복수의 리스크가 동시에 쌓이고 있는 모양새다.
창업주 검찰 고발... 위장계열사 15개, 지배력 방어 동원 혐의
올해 가장 먼저 터진 DB손해보험 악재는 오너 리스크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 8일 DB그룹 창업회장 김준기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김 창업회장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이 소속된 15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위장계열사는 DB하이텍 경영권 방어에 동원되거나 김 창업회장 개인에게 220억원을 대여하는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편취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DB 측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재단 회사들이 그룹사와 함께 관리되는 내용이 담겼지만, 외부 배포용 조직도에서는 재단 계열을 점선 처리하고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단순 행정 위반이 아닌 지배력 은폐 문제로 판단했다.
재계에서는 이 리스크가 DB그룹 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큰 DB손해보험으로 집중될 가능성을 지목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DB그룹은 DB손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금융 계열사라는 특성상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공정위 고발 이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DB손보의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얼라인 두 차례 공개서한... PBR 0.4배 저평가 정조준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기 직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먼저 움직였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DB손보는 국내 2위 손해보험사지만 비효율적 자본배치, 낮은 주주환원, 지배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거버넌스가 저평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2026년 1월 기준 DB손보의 PER은 5.4배, PBR은 0.4배 수준으로, 배당 지급이 가능한 국내 대형 손보사 평균 PER인 10.6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얼라인이 요구한 것은 8가지다. 주주환원율 50% 달성, 자본배치 로드맵 공개, 내부거래 감시기구 설치, 감사위원 역할을 맡을 사외이사 2인 선임, IT 내부거래 관행 해소, 주총 소집공고 기간 연장 등이다.
2차 공개서한에서는 포테그라 인수도 문제 삼았다. 포테그라는 과거 두 차례 IPO에 실패한 전력이 있으며 시장이 외면한 공모가보다 최대 30% 높은 가격에 인수를 결정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제기다.
결과적으로 얼라인이 제안한 감사위원 후보 2명 중 1명,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가 주주 표결을 통해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주주제안 후보가 표 대결을 거쳐 보험사 감사위원직에 오른 것은 업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얼라인은 이사회 진입 이후에도 공개 캠페인을 통한 추가 압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포테그라 인수도 주주 반발의 축이다. DB손보는 2025년 9월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 지분 100%를 16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보험사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M&A다.
4월 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소유승인을 획득했으며, DB손보는 해외직접투자 신고 수리와 미국 현지 지배권 변경 승인 절차를 마무리해 늦어도 6월 안에 최종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구조는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DB손보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포테그라에 흡수 합병시켜 포테그라의 법인격과 미국 50개 주·유럽 8개국 수백 개 영업 면허를 그대로 승계하는 방식이다.
경영진은 포테그라의 경쟁력을 강조한다. 합산비율 90% 내외 유지, 연간 순이익 2000억원, AM Best A- 등급, 미국 전역과 유럽 8개국 영업 기반이 인수 근거로 제시됐다. DB손보 자기자본(9조4000억원)의 24.6%에 해당하는 인수금액인 만큼 자체 보유 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DB손보가 포테그라 지분 100% 인수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면서 K-ICS 비율이 현 수준에서 최대 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주주환원 확대에는 자본비율 하락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면서 K-ICS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는 2조원대 M&A는 강행한다는 논리적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18.1%)이 높은 상황에서 배당 확대보다 M&A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이 과연 전체 주주의 이익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제기됐다.
2026년 1분기 순익 39.9% 급감
거버넌스·자본 배분 논란이 겹치는 상황에서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DB손보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2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 3200억원대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매출은 5조7782억원으로 16.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627억원으로 28.5% 줄었다.
보험손익이 2266억원으로 43.7% 급감했다. 장기보험 손익은 사망·후유장해 등 고액 사고의 일시적 증가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겹치며 2652억원으로 32.7% 줄었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손해율 상승으로 88억원에 그쳐 80.8% 급감했다. 일반보험에서는 47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손익도 2361억원으로 3.2% 감소했다.
DB손보 관계자는 "26년 1분기 말 킥스비율은 241.4%로 포테그라 인수로 인해 하락한다고 해도 업계 상위 수준의 킥스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포테그라 인수로 인해 포테그라에서 매년 당기순이익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본건정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수익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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