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진연가’ 진짜 주인공은 무등산입니다”
‘편지’·5·18 다룬 ‘부활의 노래’ 등 보성 출신 이정국 감독 신작
‘무진연가’ 다음 달 3일 개봉…입석대·장불재 등 광주 풍광 담아
2026년 08월 25일(화) 19:30
이정국 감독의 신작 멜로 ‘무진연가’가 오는 9월 3일 개봉한다. 무명 배우 준기(왼쪽)와 시한부 환자 무진.
광주의 산과 사람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온 이정국 감독이 무등산에서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보성 출신으로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부활의 노래’와 ‘아들의 이름으로’를 통해 광주의 상처와 기억을 스크린에 담아왔다.
이제 그의 시선은 무등산의 고요한 풍경과 두 청춘의 사랑으로 향한다. 1997년 흥행작 ‘편지’로 한국 멜로영화의 한 시대를 장식했던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 멜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의 신작 ‘무진연가’가 오는 9월 3일 개봉한다. 작품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광주브랜드영화 제작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괴물’,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등을 촬영한 김형구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영화사 혼·협동조합 어감 제작.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무등산 깊은 산속 암자에 들어온 22살 무진(김채영 분)과 무명 연극배우 준기(정우준 분)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던 무진 앞에 연극 ‘햄릿’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광주에 내려온 준기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알아간다.
이 감독은 최근 광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진연가’는 청춘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최근 보기 드문 정통 멜로”라며 “젊은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무등산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무등산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인공 ‘무진’의 이름부터 무등산의 옛 이름인 ‘무진악(武珍岳)’에서 따왔다. 극 중 무진은 희귀병을 앓아 어린 시절부터 복잡한 도시를 피해 무등산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관음암과 장불재, 입석대 등 실제 무등산 곳곳도 주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감독은 “주상절리대에 직접 오르기 힘든 분들도 영화를 통해 주인공들과 함께 입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무등산의 시원한 풍경을 스크린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등산과 광주를 향한 관심은 그의 영화 인생 전반에 이어져 왔다. 1957년 보성에서 태어난 그는 광주 전남고를 다니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뒤 단편영화를 만들며 영화계에 뛰어들었고, 이후 독립영화 제작 방식의 ‘새빛 영화제작소’를 세워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데뷔작 ‘부활의 노래’를 만들었다.
이정국 감독의 신작 멜로 ‘무진연가’가 오는 9월 3일 개봉한다. 무명 배우 준기(왼쪽)와 시한부 환자 무진.
‘두 여자 이야기’로 제32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과 신인감독상, 각본상을 받았고, 1997년 박신양과 고(故) 최진실이 주연한 ‘편지’가 흥행하면서 멜로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1년에는 고(故) 안성기 주연의 ‘아들의 이름으로’를 통해 30여년 만에 다시 5·18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언제나 광주에 오면 왠지 기분이 좋다. 무등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아프지만 단단한 역사를 품은 도시, 무엇보다 정이 많은 광주 사람들이 사랑스럽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촬영 장소 하나를 빌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광주에서는 많은 분이 선뜻 도와주셨다. 덕분에 저예산 영화임에도 촬영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18을 다룬 작품을 만들다 보니 사람들이 저를 정치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제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장르인 멜로를 통해 조금 더 따뜻하고 편안한 광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무진연가’ 이후에도 그의 카메라는 광주를 향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현재 5·18 당시 열흘간의 항쟁을 광주 시민들의 시선에서 풀어낸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등 기존 작품과 달리, 당시 광주 안에서 항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겠다는 구상이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나온 5·18 영화들도 모두 의미가 있지만, 광주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느낌”이라며 “시민들의 시선에서 그 열흘을 어떻게 버티고 싸웠는지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두 청춘의 사랑을 통해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으면 한다”며 “무등산의 자연을 통해 편안함과 상쾌함도 함께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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