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봉 킹’하면 의례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이나 한화그룹 김승연 명예회장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이 자리는 자산 기준 작년 재계랭킹 92위인 영원무역그룹의 성래은 부회장(48)이 '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창업자인 성기학 회장(79)의 세 딸 중 둘째인 성 부회장이 급부상해 국내 대기업 총수 연봉지형에 판도변화를 몰고오고 그 영문을 알 길이 없다는 점에서 정말 놀랍다는 반응이다.
최근 공시된 영원무역그룹 계열사인 YMSA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대표이자 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알려진 성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급여는 지난 2022년과 2023년까지만 해도 각각 19억원, 30억원에 그쳤으나2024년 100억 원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다시 전년에 비해 두 배나 급증한 200억 원으로 치솟았다. 경영진의 작년 전체 보상액은 급여가 200억원이고, 퇴직급여는 3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임원이 몇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별로 많지 않다는 점에 비추어 보수의 대부분은 성 부회장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백억원 안팎의 영봉을 받아 깜짝 재게 '연봉킹'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영원무역그룹 성래은 부회장. (사진=영원무역/연합뉴스 합성)
YMSA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및 스포츠의류 주문자상표부착(OEM 및 ODM) 제조업체인 영원무역 해외공장 등에 오래 전부터 원단 등을 납품해온 업체로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임직원수는 모두 합쳐 15명 선이다. 작년 별도기준 영업수익 843억원 중 영원무역홀딩스에서 받은 주주배당 212억원을 제외한 623억원이 원단거래관련 매출이었다. 영업이익은 24년 37억원에서 작년 7736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성 부회장에게는 회사 실적에 걸맞지 않은 거액의 연봉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 상 15명에 이르는 전체 임직원의 작년 급여합계가 208억원이고 이중 경영진을 제외한 일반 직원 작년 급여합계가 8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200억원은 임원 보수였다.
성 부회장의 정확한 연봉은 확인할 길이 없다. 대표이사 연봉을 공시하지 않는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이다. 성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이 회사 지분분포를 보면 성 부회장이 50.1%이고 고 나머지 49.9%는 아버지 성 회장 지분이다. 전형적인 오너일가 가족기업이다.
비상장 가족기업인데다 임원수도 적고 통상 연봉도 그리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YMSA의 임원 보수 200억원의 대부분이 성 부회장 연봉으로 지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는 그룹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에서 63.05억원, 주력기업인 영원무역에서 상근 사내이사 부회장 자격으로 받은 58.58억원의 보수를 합하면 성 부회장은 지난해 모두 300억 원 안팎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YMSA의 지난해(당기) 주요경영진 전체에 대한 보상내역
(단위: 천원)
성부회장의 이 연봉은 재계보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YMSA에 다른 경영진(임원)이 있다면 이 액수는 다소 줄어들 것이나 YMSA 회사나 인력구조로 볼 때 줄더라도 성부회장의 작년 연봉이 300억원 밑으로까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연봉 수준은 지난해 재계 보수 1위로 알려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248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아직 비상장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은 곳들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공시된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들에서 확인된 주요 대그룹 총수들의 작년 계열사 연봉 합산액을 보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248.41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두산 박정원 회장(181억원), CJ 이재현 회장(177억원), 현대차 정의선 회장(175억원), 효성 조현준 회장(157억원), 롯데 신동빈 회장(150억원), 한진 조원태 회장(146억원) 등의 순이다.
작년 계열사 배당합계가 3942억원에 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로부터 보수를 아예 받지 않는다. 계열사 배당합산이 작년 1040억원에 이르는 최태원 SK회장의 작년 보수합계도 83억원에 그친다.
재계에서는 성 부회장의 급격한 연봉 인상은 경영권 승계 비용 마련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성 부회장은 지난 2023년 부친 성기학 회장으로부터 YMSA 지분을 증여받으며 발생한 850억 원의 증여세를 연부연납 없이 일시에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성 부회장은 YMSA로부터 약 800억 원을 대출받았으며, 현재 매년 백억 원대의 원리금을 상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적인 부를 늘려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는 비상장사 급여 대폭 인상, 계열사 연봉 파격 상향, 배당 확대 등을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졌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시만단체 등에서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아빠찬스’라고 비판한다. YMSA는 영원무역 해외공장에 원단을 납품하며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어,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본사 건물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내부거래에 의한 사익편취 혐의로 보고 조사를 벌일 수도 있어 향후 공정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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