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터 현장. 지우출판사 제공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제일교회(유대영 목사) 마루카페. 양쪽 진열대를 따라 따스한 조명의 램프가 불을 밝히고, 진열대 위로는 감은사 구름이머무는동안 꿈꾸는인생 등 20여개 소형 기독 출판사의 도서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신학과 기독 출판 소식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오늘의 구약공부’와 ‘신학배송’이 주최하고, 기독 출판사와 지역 교회가 연합해 개최한 제3회 기독교 도서전 ‘책터 Vol. 3’ 현장이다. 오전부터 현장을 찾은 성도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살펴보며 출판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신앙 서적을 여러 권 구입한 이현경 삼성제일교회 장로는 “작년보다 출판사별 큐레이션이 한층 정돈되어 필요한 양서를 고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책을 둘러보다 보면 ‘이 책은 누구에게 주면 좋겠다’ 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이 절로 떠오른다. 지인들에게도 책을 선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책터를 찾은 직장인 이지연씨도 “출판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경 동화 전집을 구입한 김유나 삼성제일교회 사모는 “곧 태어날 조카에게 줄 뜻깊은 선물을 찾다가 성경 동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소소한 이야기, 세상과 통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도서전은 온라인의 한계를 넘어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저자, 출판인이 소통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기획됐다.
책터 현장. 지우출판사 제공
이번 행사를 기획한 유튜브 채널 ‘오늘의 구약공부’ 운영자인 전원희 오후다섯시교회 목사는 “대형서점이나 총판 중심 유통 구조 속에서 소형 출판사들이 연합할 수 있는 장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23년 기독 도서전을 기획했다”며 “이번 도서전에서는 저자와 독자가 삶과 신앙을 나누는 ‘책담’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했다. 앞으로도 상·하반기 한 번씩 문서 선교의 활력을 불어넣는 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교회의 따뜻한 연대도 빛났다. 삼성제일교회는 장소 대관은 물론 성도들의 독서를 격려하기 위해 1만원 상당의 독서 쿠폰 40장을 지원했다. 유대영 삼성제일교회 담임목사는 “기독 양서를 발간하는 소형 출판사들이 건강하게 자립하고, 성도들이 좋은 기독 서적을 읽으며 신앙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곧 한국교회의 영적 성숙으로 이어진다고 본다”며 “교회가 문턱을 낮추고 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해 기독 출판인들과 성도,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은 매우 뜻깊은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백영현 교회 선임장로는 “교회에서는 9년째 ‘리더스쿨’이라는 전세대 독서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검증된 신앙 서적을 교회 안에서 만날 수 있어 교인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책터 현장. 지우출판사 제공
현장에 참여한 출판사 관계자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가치에 공감하며 지역 교회와의 연대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재웅 지우출판사 대표는 “출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대형 서점에서도 종교 코너가 축소되어 소형 출판사는 독자들과 직접 만날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주말에 선뜻 공간을 내어주고 독서 쿠폰까지 발행하며 성도들의 독서를 적극 독려한 점이 출판인들에게 큰 격려가 된다”고 밝혔다.
송민규 홍성사 마케팅팀 대리는 “독자를 찾아 직접 다가가야 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자리”라면서도 “인건비와 시간 대비 실질적인 성과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숙제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김명진 야다북스 실장은 “대형 도서전과 달리 우리끼리 새로운 꿈을 꾸는 기분이다. 지역 교회마다 이런 장이 더 많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서 새로 도입된 ‘책담’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일차적 구매를 넘어 저자와 독자가 삶과 신앙의 고백을 나누는 밀착형 소통의 장으로서 깊이를 더했다.
책터에서 ‘기독학부모로 살아가기’의 저자 김정준 목사가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지우출판사 제공
첫 번째로 책 ‘기독학부모로 살아가기’의 저자 김정준 목사는 “교육의 근본은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힘과 자주성을 길러주는 데 있다”며 “학원 중심의 학업과 성적주의라는 세상의 압도적인 흐름에 당당히 맞설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성적에 매이지 않고 자녀들이 하나님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독 학부모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세상에 흔들리기 싫은 날에’ 저자 김혜민 작가는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흔들리는 청년들을 향해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극동방송 등에서 20년 언론인 생활을 거친 김 작가는 “존재 가치가 오직 쓸모와 생산성으로만 치환되는 현대 사회에서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잃어버린 채 깊은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며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와 잘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태도와 감각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상에 흔들리기 싫은 날에’ 저자 김혜민 작가가 강의하고 있다. 지우출판사 제공
특히 그는 “완벽한 성취를 이루려 애쓰기보다 삶을 견뎌내길 바란다”며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작고 유의미한 시도를 이어가며 하나님이 일하실 공간을 남겨두라”고 당부했다.
‘다음세대입니다’ 저자인 구선우 목사가 책담 이후 독자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지우출판사 제공
세 번째 ‘책담’의 강연자로 나선 책 ‘다음세대입니다’ 저자인 구선우 목사는 “기독 청년과 문서 선교의 선교적 삶은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세상과 응답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구 목사는 “혼자이고 싶지만 연결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고민에 맞춰, 정답 대신 스스로의 신앙 경계를 세우고 소통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과 연대의 장을 지속적으로 펼쳐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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