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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재칼럼] 'AI로 관통한 반세기 사진의 기억' -(13) 뚝섬 나루터

뚝섬나루터에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던 시절, 한강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을 AI로 만들어봤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강은 여전히 흐르지만 우리는 더 이상 쉽게 이 강을 건너지 못한다. 한강을 건널 수 있는...

[연재칼럼] 'AI로 관통한 반세기 사진의 기억' -(13) 뚝섬 나루터

김형진 / 셀수스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  1971년 뚝섬 /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은 같은 장소를 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하나는 1971년, 다른 하나는 2024년의 한강 변이다. 반세기라는 시간 동안 강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강을 사이에 둔 삶의 방식과 공간의 의미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 변화의 출발점에 ‘뚝섬’이 있다.

1971년의 흑백 사진 속 뚝섬은 강기슭에는 모래와 자갈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둔치에는 콘크리트 대신 흙길이 이어진다. 강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이곳은 나루터였고, 산책로가 아니라 삶의 현장이었다. 사진 한가운데 보이는 배에는 ‘청담 5호’라는 이름과 함께 목적지가 적혀 있다. ‘봉은사’. 당시 뚝섬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건너가 봉은사로 향하는 일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었다. 일상의 이동이었고, 소소한 나들이였다. 강남은 아직 ‘살 곳’이나 ‘투자처’가 아니라,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개발되지 않은 건너편이었다.

뚝섬 나루터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도성 안에서 출발해 강을 건너 봉은사, 절에 들렀다 나루터는 종교적 이동의 출발점이자, 강을 건너는 가장 일상적인 통로였다. 1960년대까지도 하루 평균 수백 명의 시민이 뚝섬 나루터를 이용해 강을 건넜고 청담동, 삼성동 일대에서 재배한 채소들은 배에 실려 서울시내, 장터로 들어갔다. 강남은 생산의 공간이었고, 뚝섬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문이었다. 강은 경계라기보다 연결이었다.

1971년 사진에는 다리 하나가 보인다. 영동대교다. 성수동과 청담동을 잇는 이 다리는 1970년에 착공하여 1973년 개통되었다. 사진에는 크레인이 보인다. 다리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고, 강남 역시 완성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강남 일대를 영등포의 동쪽이라 해서 ‘영동’이라 명명하는데 번화한 상업지역인 영등포에서 봤을 때 강남은 그 당시 서울의 변두리였다.

그러나 이 다리가 놓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배를 타고 건너던 강은 자동차로 건너는 강이 되었고, 쉽게 오가면서 그 속도를 능가할만한 가치가 빠르게 올라갔다. 나루터는 점차 기능을 상실했고 뚝섬에서 출발하던 뱃길도 사라졌다. 강남은 더 이상 ‘건너가는 곳’이 아니라 ‘차지해야 할 곳’이 되어버렸다.

1970년대 뚝섬나루터 여름 휴가지(피서지) 모습 AI 이미지

2024년의 사진에서 뚝섬 나루터는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둔치는 정비되었고, 강변은 콘크리트 제방으로 단단히 둘러싸였다. 강에 다가가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영동대교 뒤로는 청담대교가 겹쳐 보인다. 과거의 강남은 누구나 건널 수 있는 곳이었다. 배 삯만 있으면, 혹은 발품만 팔면 닿을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의 강남은 다르다. 물리적으로는 수많은 다리가 놓였지만, 사회적으로는 쉽게 건널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강남의 집값은 장벽이 되었고, 낯선 자들의 방문을 배제하는 공간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제,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와 같은 강력한 정책 발언들이 오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남을 잡지 못하면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 전체의 균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다.

뚝섬나루터에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던 시절, 한강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을 AI로 만들어봤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강은 여전히 흐르지만 우리는 더 이상 쉽게 이 강을 건너지 못한다.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는 늘어났는데, 왜 우리는 강남진입이 어려워진 걸까? 우리가 건너야 할 것은 물살이 아니라 제도의 장벽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강을 경계로 둘 것인가, 다시 연결로 되돌릴 것인가. 언젠가 다리 위를 건너는 발걸음이 소유의 욕망이 아니라 삶의 온기를 향한 걸음이 될 때, 한강은 비로소 예전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강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진 = 2024년 뚝섬  / 셀수스 협동조합 제공

이로운넷=이로운관리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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