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운용성을 기술과 법의 문제로만 다뤄온 그동안의 시야를 넘어 사회과학과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의제로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폐쇄적이고 요지부동 상태인 기존 프레임을 깨려면 결이 다른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송경재 상지대학교 교수는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디지털 기술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방안' 토론회 토론에서 "상호운용성 개념은 기술적으로나 디지털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며 "최근 유럽연합과 독일 일본에서까지 상호운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갈무리
이렇게 세계가 움직이는데도 정작 논의의 폭은 좁다는 것이 송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상호운용성이 사회과학 영역에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송 교수는 "법적 영역과 기술적 영역을 제외한 사회과학계에서는 의외로 활발하지 않은 분야"라며 "표준 설정과 관련된 논의나 과거에 호환이라고 부르던 초기 연구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측면과 법 제도적 측면, 행정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상호운용성 연구가 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논의가 좁아서는 안 되는 까닭을 송 교수는 상호운용성의 뿌리를 인터넷의 역사에서 끌어와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의 모체는 1969년 개발된 알파넷에서 등장했다"며 "알파넷이 확장되는 과정을 보면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확장됐고 이를 통해 물질 재화 중심의 자본주의에서 정보 재화 중심의 정보 사회로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질 재화는 개별 자본이 축적하는 형태였다면 정보 재화는 개방과 공유를 통해 가치를 증식시키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개방과 공유라는 원리는 AI 시대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AI 발전으로 하루에도 수십억 단위의 정보가 생산되면서 데이터가 개방과 공유를 통해 정보가 되고 그 정보가 허위와 진실을 구분하며 지식으로 발전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폐쇄적인 기술의 고집이 아니라 상호운용이 가능한 기술이 되면서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 사용량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상호운용성이 성공적 협업을 통해 혁신 경쟁의 주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그 효용을 정보 교환 차원에서부터 풀어냈다. 그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시스템 간의 데이터가 원활하게 오가야 한다"며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문서의 통합 즉 PDF나 JPG를 통해 파일 형식과 통신 프로토콜이 표준화되면서 전 세계 어디서나 문서를 열람하고 수정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 교환에서 무척 큰 의미"라고 말했다.
정보 교환에서 한발 더 나아간 미래 사회의 기능 활용 측면도 짚었다. 송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PC에서 API를 통해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의 기능을 연동하거나 정보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점이 뚜렷한데도 보급이 더뎠던 이유도 분명히 했다. 송 교수는 "지식재산권 문제나 시장의 영리 추구로 인한 락인 효과를 노리는 기업의 목표와 충돌하기 때문에 상호운용성 문제가 쉽게 보급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영리 추구도 장기적으로는 상호운용성의 확대를 통해 가치를 얼마나 증식시키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셈법이 상호운용성의 성패를 가른 사례로 송 교수는 실패와 성공을 나란히 제시했다. 그는 "개인용 컴퓨터를 최초로 보급한 애플이 1990년대에 상호운용성 문제를 간과하면서 하드웨어 분야에서 IBM의 조립식 개인용 컴퓨터에 밀려 위기를 겪은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USB-C타입의 보급은 성공 사례로 꼽았다.
송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가 개발한 충전 데이터 전송 기술을 고집하면서 기술적으로 우수한 USB-C타입이 보급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송 교수가 USB-C타입 사례에서 특히 주목한 대목은 그 한계를 풀어낸 유럽연합의 접근 방식이었다. 그는 "유럽연합이 기술의 편리성이나 우수성이 아니라 글로벌 이슈였던 환경 문제를 무기로 USB C타입을 강제했다"고 짚었다.
이어 "상호운용성 문제를 소비자 편익과 환경 같은 글로벌 가치의 측면에서 접근해 소비자 편익을 키우고 환경 이슈를 제기하며 빅테크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오게 만든 성공적인 정책 전환"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고민해야 할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상호운용성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불거질 영역으로는 AI를 꼽았다. 그는 "AI 분야에서 상호운용성 문제가 많이 제기될 것"이라며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동되는 상호운용성의 확대가 앞으로도 계속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송 교수는 정부의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테이블 세터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디지털 정보를 운영하는 만큼 민원 통합이나 서류 제출 감소, 민원 처리 행정 서비스 확대를 통해 효과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 역할을 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송 교수는 단기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공공 분야에 활용 가능한 상호운용성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상호운용성 개념이 기술적인 분야로 뭉뚱그려 적용된 만큼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한 영역을 뽑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개념 재정의에 이어 다학문적 연구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송 교수는 "글로벌 차원에서 상호운용성 문제는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빅테크 기업과 각국 정부 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소비자 측면도 연구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마중물처럼 현대 사회의 복합성을 반영하는 다학문적 연구를 발굴하고 이를 주도할 연구반 운영이나 글로벌 정책 동향을 주기적으로 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과제로 상호운용성을 글로벌 어젠다로 키워야 한다고 봤다. 그는 "상호운용성 문제가 글로벌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은 많지만 아직 글로벌 어젠다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문제로 한정하다 보니 기술 표준 문제에만 너무 천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클라우드나 디지털 정부처럼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영역이 있는 만큼 미래지향적인 상호운용성 확장을 위해 정치적 경제적 법 제도적인 글로벌 거버넌스에 선도적으로 대응한다면 국제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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