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법원은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시민들은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노란 봉투에 성금을 넣어 보내는 운동을 벌였다.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인 점에 착안한 ‘노란 봉투 성금 운동’이었다. 이를 계기로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발의됐다. 노란봉투법은 10년간의 입법 논쟁을 거쳐 비로소 지난 10일 시행됐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업 활동과 투자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공존한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노동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는 시대에 걸맞은 논쟁인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며 AI 관련 종목의 주가 하락을 견인한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라는 보고서는 실험적 사고를 통해 2028년 6월 시점에서 향후 2년 남짓한 시간을 기술하며 도발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AI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이면서 노동, 소득, 소비,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 이익은 증가할 수 있지만 노동 수요와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기반이 약해져 경제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 재원을 노동 소득만으로 한정해 경제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기술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총고용을 증가시킨 사례를 간과하는 등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 하지만 AI의 발전에 따른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가설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미국에서는 IBM 등 일부 기업이 AI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관리 등을 자동화하면서 중간 관리자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른바 다크 팩토리로 불리는 무인 공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샤오미는 내부 조명 없어 24시간 가동되는 무인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노동 시장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노동법과 사회보장 제도를 마련하는 데 10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AI가 견인하는 변화의 속도와 파장을 고려하면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산업 구조에서는 인간 노동이 생산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산을 멈추면 기업도 생산을 멈춰야 했다. 그래서 파업은 강력한 협상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 모른다. 노란봉투법의 시행이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면 단기적으로는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 중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결과적으로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영세한 업체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유도한 사례처럼 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의 노동 정책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20세기 산업사회의 틀 속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노동 정책은 노사 갈등을 조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노동 시장에서 더 중요한 화두는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나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고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서 인식됐던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AI가 창출한 부를 사회가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 간 대립구도 속에서 노동 시장을 이해하기보다는 AI의 출현으로 인한 변화에 주목하며 노동과 기술 간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기술 혁신으로 사회와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갈등 구도를 강화하는 방식의 접근이 과연 미래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제는 노동자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AI와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10년 간의 입법 논쟁을 거쳐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전 세계 기업 현장 곳곳에선
노동자의 일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권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AI 확산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AI와의 상생 방안을 고민할 때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전 세계 기업 현장 곳곳에선
노동자의 일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권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AI 확산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AI와의 상생 방안을 고민할 때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법원은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시민들은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노란 봉투에 성금을 넣어 보내는 운동을 벌였다.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인 점에 착안한 ‘노란 봉투 성금 운동’이었다. 이를 계기로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발의됐다. 노란봉투법은 10년간의 입법 논쟁을 거쳐 비로소 지난 10일 시행됐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업 활동과 투자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공존한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노동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는 시대에 걸맞은 논쟁인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며 AI 관련 종목의 주가 하락을 견인한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라는 보고서는 실험적 사고를 통해 2028년 6월 시점에서 향후 2년 남짓한 시간을 기술하며 도발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AI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이면서 노동, 소득, 소비,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 이익은 증가할 수 있지만 노동 수요와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기반이 약해져 경제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 재원을 노동 소득만으로 한정해 경제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기술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총고용을 증가시킨 사례를 간과하는 등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 하지만 AI의 발전에 따른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가설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미국에서는 IBM 등 일부 기업이 AI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관리 등을 자동화하면서 중간 관리자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른바 다크 팩토리로 불리는 무인 공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샤오미는 내부 조명 없어 24시간 가동되는 무인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노동 시장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노동법과 사회보장 제도를 마련하는 데 10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AI가 견인하는 변화의 속도와 파장을 고려하면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산업 구조에서는 인간 노동이 생산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산을 멈추면 기업도 생산을 멈춰야 했다. 그래서 파업은 강력한 협상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 모른다. 노란봉투법의 시행이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면 단기적으로는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 중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결과적으로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영세한 업체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유도한 사례처럼 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의 노동 정책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20세기 산업사회의 틀 속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노동 정책은 노사 갈등을 조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노동 시장에서 더 중요한 화두는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나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고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서 인식됐던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AI가 창출한 부를 사회가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 간 대립구도 속에서 노동 시장을 이해하기보다는 AI의 출현으로 인한 변화에 주목하며 노동과 기술 간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기술 혁신으로 사회와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갈등 구도를 강화하는 방식의 접근이 과연 미래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제는 노동자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AI와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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