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내부 견제 기능이 마비됐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주문했고 합당한 논리가 없는 이 지시에 누구 하나 직언하는 이가 없었다. 국가보훈부 등 관련 부처도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의 격노 등 당시 분위기 자체가 직언을 하기 어려웠다는 전언이다.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직면했고 불필요한 소모적 논란만 남기고 무산됐다. 정책 경로 이탈에 대한 방지 장치가 고장 난 윤석열 정권은 그렇게 계엄이라는 반민주적 선택을 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소셜미디어와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이재명 정부는 과연 쓴소리를 받아들이는 포용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고요한 농촌에 풍파를 일으킨 농지 전수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가 먼저였는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건의가 있어서였는지 불분명하지만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분명히 부작용과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했을 테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는 농촌의 대혼란이었다. 농지 가격이 폭락하고 소작농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야 정부는 뒤늦게 정책을 대거 후퇴했다. 이 대통령은 연일 농지 투기 엄단의 목적에서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농지 조사로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까지 영향을 준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동산 정책도 다르지 않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90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매주 경신하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주택 문제를 연신 윤석열 정부의 공급 실패와 오세훈 서울시장 탓으로 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토지 업무를 담당한 관료들은 이 논리의 오류를 알지만 침묵하는 듯하다. 당청의 주장대로라면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필자가 지난해 만났던 서울시의 주택 건설 분야 고위직 ‘늘공(늘상 공무원)’은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십수 년간 서울 주택 공급에 가장 큰 악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도입한 ‘한강변 35층룰’이고 이 규제로 인해 성수 일대 등 주요 지역의 재개발이 사실상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과 서울 시정을 함께했던 진희선 전 부시장 역시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 시절에 뉴타운을 과도하게 해지하면서 주택 공급이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주택 정책은 원인 진단이 틀리면 실행 방안도 헛발질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외교 난맥상도 마찬가지다. 한미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데도 국무위원은 “전혀 문제없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여당 전 대표의 미국 비자 발급까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돌출 발언을 했다. 강 대사는 “한미 정보 협력이 제일 어려운 현안이며 백악관과 답답할 정도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실토했다. 강 대사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불편해한다는 말이 들리는 것을 보니 이 같은 소신 발언이 다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우크라이나와의 외교적 마찰 또한 대단히 우려스럽다. 북한 포로 송환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외교 공관 인력을 철수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라는 게 외교 전문가 상당수의 공통된 견해다. 동맹과 연대의 외교 원칙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 역시 외교 관료 입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언제나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존중하며 조직 내 레드팀 역할이 잘 작동돼야 문제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이 1년 만에 직을 내려놓으며 전한 말은 실상이 전혀 다른 듯하다. 이 전 위원장은 본인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며 쓴소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토로했다.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공직자에게는 험로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지지율 30%대의 이재명 정부에 필요한 것은 경로 이탈과 급발진을 막는 안전장치다. 전 정부와 같은 상명하복의 문화가 아니라 직언하는 공직자를 독려하는 포용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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