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은 17조5157억원 증가했다. 사진/삼성전기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대장주' 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이 이달 들어 20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망 편입과 주요 제품인 MLCC 가격 상승으로 올해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전망에 힘입어 투자심리가 끓어오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은 17조5157억원 증가했다. 지난 1일 33조2013억원이었던 시총은 지난 17일 50조7170억원으로 뛰면서 코스피 시총 13위에 안착했다.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은 66.62%에 달했다.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한 주가는 17일 장중에는 69만3000원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수급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3353억원어치를, 기관이 56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견인했다.
삼성전기는 일본 무라타와 AI(인공지능) 서버용 MLCC 시장을 양분 중인 회사다. 삼성전기의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약 23%로 2위 수준이다. MLCC는 전기를 보관했다 댐처럼 일정량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최근 AI 서버 분야에서 강력한 수요로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의 평균 가동률은 93%로 사실상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일본 전자부품 제조업체 태양유전(TAIYO YUDEN)은 오는 5월부터 MLCC를 포함한 주요 제품군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무라타 역시 이달부터 인덕터 중심으로 판가를 인상했다. 이는 금, 은을 포함한 주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한 조치로 원가 부담이 고객사로 전가 가능한 업황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몰리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2017~2018년 가격 상승 사이클과 비교할 때 현재 삼성전기 MLCC의 수익성은 여전히 10% 초중반 수준으로 가격 상승 국면의 초입이라고 판단한다"며 "오는 2027년부터 1MW(메가와트)급 이상의 AI 서버 랙 확산과 800V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반 전력 인프라 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전압·고용량 MLCC 수요 증가에 따라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그록3' LPU(언어처리장치)용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공급사로 낙점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록3 LPU는 엔비디아가 인수한 AI 칩 스타트업의 추론 전용 칩으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탑재된다. 이번 수주를 통해 삼성전기는 1순위 공급사인 '퍼스트 벤더' 지위를 확보해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르면 올 2분기부터 해당 제품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기 위한 고밀도 패키지 기판이다. 칩(Chip)을 기판 위에 뒤집어(Flip) 직접 붙이는데 기존의 와이어 본딩 대신 솔더 볼(Solder Ball, 납땜용 미세 금속 구슬)을 격자 형태(Grid Array)로 연결한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서 성능과 집적도를 대폭 높이고 효율적인 열관리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나 전장 등에서 핵심 부품으로 활용된다.
삼성전기는 생산능력 최대치에 도달한 FC-BGA 공급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에 약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실제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일부 보완 투자도 하고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엔비디아 퍼스트 벤더 지위 확보는) 단순한 공급망 진입을 넘어 엔비디아 내 전략적 위상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중장기적으로는 DPU(데이터처리가속기), 스펙트럼-X 기반 CPO(패키지통합광학) 등으로 공급 범위가 확장되며 엔비디아 내 삼성전기의 전략적 위상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MLCC와 FC-BGA의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3% 증가한 285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 전망치는 1조4000억원으로 예상이 현실화하면 삼성전기는 지난 2021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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