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수요로 지난해 실적 호조
엔비디아와의 동맹 강화... 'AI 팩토리'도 협력
HBM 양산 더불어 AI 특화 메모리 제품 선봬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SK하이닉스, 엔비디아, 게티이미지뱅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NVIDIA)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확대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내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맞물려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공고해지는 AI 동맹 구조... HBM 수요로 실적도 ‘껑충’
최근 AI 반도체 시장은 GPU와 메모리 간 결합 구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되면서, 메모리 공급사의 전략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흐름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3E를 중심으로 주요 물량을 공급하며 사실상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왔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6~19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GTC 2026에서 HBM3E와 차세대 HBM4를 포함한 AI 메모리 라인업을 공개하고, 자사 제품이 GPU 기반 AI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엔비디아 협업 존’을 별도로 구성해 엔비디아 AI 플랫폼에 적용되는 자사 제품을 직접 볼 수 있게 구성했다. SK하이닉스는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데이터 병목을 최소화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메모리 제품을 엔비디아 AI 인프라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납품 파트너인 동시에, AI의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새로운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SK AI 서밋을 앞두고, SK그룹과의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그룹은 엔비디아의 핵심적인 메모리 기술 파트너로,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발전을 주도하는 최첨단 GPU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AI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SK그룹의 혁신과 한국 AI 생태계를 활성화할 AI 팩토리를 함께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CUDA-X와 PhysicsNeMo를 활용해 반도체 설계 단계의 TCAD 시뮬레이션을 가속화하고, Blackwell GPU 기반으로 리소그래피·회로 설계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엔비디아 Omniverse 기반 ‘자율형 팹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생산 공정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고, SK텔레콤과 함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개발·제조 전반의 생산성 향상까지 꾀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 공급을 넘어 설계·생산·운영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반도체 동맹’으로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중심 AI 생태계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BM 중심의 수요 확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매출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101% 증가했다. 4분기만 놓고 봐도 매출 32조 8,267억 원, 영업이익 19조 1,696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HBM 매출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데다 서버용 DDR5와 기업용 SSD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실적 전반을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연간 49%, 4분기 58%에 달한 것은 SK하이닉스가 범용 메모리 업체를 넘어 고부가 AI 메모리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세대 HBM 경쟁 속 입지 다지는 투자 행보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AI 기술 확산에 따라 메모리는 단순 저장장치를 넘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를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수익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이러한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을 넘어 HBM4 공급 체계를 구축했으며, 차세대 ‘커스텀 HBM’ 대응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1c나노 기반 DDR5, GDDR7, SOCAMM2 등 AI 특화 메모리 제품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청주 M15X, 용인 신규 팹 건설, 미국 패키징 공장 등을 통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글로벌 제조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이어 SK하이닉스는 미국에 AI 설루션 회사인 ‘AI Company’를 설립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메모리 기업이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주도권 확보 경쟁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메모리 성능이 데이터 병목 해소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면서 협력 기반의 생태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도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실적 성장을 창출하는 동시에, 미래 투자와 재무 안정성, 주주환원 간 최적의 균형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단순한 제품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AI 성능 요구를 구현하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HBM 양산 역량을 증대하는 한편, AI 메모리 산업 전반에서의 입지 강화에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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