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경제산업에디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우려 등의 여파로 증시는 하루에도 여러 번 방향을 바꾼다. 2월 말 63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는 전쟁 발발로 불과 3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폭락하며 500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핵심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널뛰기 장세’를 보인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투자자는 더 분주해지고, 시장은 더 요란해진다. 주요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를 대략 3500~5500 수준으로 예상한다. 일부 강세를 예상하는 증권사는 7000~8000까지 상단 전망치로 제시하기도 한다. 상단과 하단의 격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의미다.
널뛰는 장세, ‘빚투’로 내몰린 개미
가격의 요동 너머 ‘가치’를 본 대가
증권업계에선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기 매매(단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주가가 급락할 때 주식을 샀다가 급등할 때 팔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시장에 퍼지기 때문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만 해도 이달 들어 27일까지 등락 폭이 4% 이상인 경우가 19거래일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거래일에 달했다. 이런 탓에 3월 코스피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32%로 1월(1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손바뀜이 자주 일어났다는 걸 뜻한다. 3월 거래량도 11억주를 넘어서 2월보다는 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40% 급증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보여주는 지표인 3월 국내 증시 신용공여 잔고는 33조원에 달했다. 몇달 전 25조원에 비하면 많이 늘어났다.
변동성 확대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실수를 할 확률을 높인다. 이렇다 보니 단타 매매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는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강제청산(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된 금액이 이달 들어 4000억원을 돌파했다.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빚투와 관련해 가장 큰 피해자가 20대, 30대 초반으로 보인다”며 “장이 좋은 시기인데도 수익이 거의 없고 반대매매를 당한 이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할 정도다. 실제로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투자자 계좌를 분석해보니 이달 들어 9일까지 신용융자를 이용한 개인투자자의 계좌별 평균 수익률은 -19.0%로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투자자(-8.2%)의 2.3배에 달했다. 특히 2030 빚투 투자자가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같은 연령대 일반 투자자보다 손실률이 3배에 가까이 됐다.
이처럼 방향보다 ‘폭’이 커진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국면에서 투자 대가의 행동은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워런 버핏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 주식을 사라. 난 이미 사고 있다(Buy American. I Am)’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논리는 단순했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다. 시장이 급등락하는 이유는 대중의 심리가 요동치기 때문이지, 기업 본연의 내재가치가 하루아침에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터 린치는 시장의 변동성을 ‘무시해야 할 노이즈’로 봤다. 린치는 “시장을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뉴스에 반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에 수렴한다는 논리다.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은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며 단기적인 뉴스에 반응해 사고파는 행위를 극도로 경계했다. 잦은 거래는 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을 잠식한다며 ‘원칙을 고수하라(Stay the course)’고 조언했다.
피를 말리는 변동성은 지불해야 할 ‘입장료’와 같다. 시장이 요동칠 때 일반 대중은 공포에 휩싸여 갈팡질팡하지만 투자의 대가는 숨을 고르며 기업의 내재 가치를 따진다. 지금 시장이 투자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가격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가치를 기다릴 것인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