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미국 국방부가 30세 이상 현역 장병을 대상으로 매년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결핍 검사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장병들의 건강을 조기에 관리해 전투력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지만 의학계에서는 과도한 호르몬 치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와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영상과 함께 “고도의 테스토스테론(High-T) 전쟁부”를 만들겠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의 가장 결정적인 전술적 우위는 언제나 개별 전투원”이라며 “현대 전장은 잔혹하고 가차 없으며 최고의 심리적·정신적 준비 상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 지표를 조기에 관리해 장병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프로그램에 따라 30세 이상 장병은 정기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매년 테스토스테론 결핍 검사를 받게 된다. 30세 미만 장병은 희망할 경우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검사 결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으면 본인이 원할 경우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TRT)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국방부는 시행 시기와 대상, 치료 기준 등 세부 지침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장기적인 건강 관리는 다음 파병뿐 아니라 제복을 벗은 이후에도 강인함과 회복력, 임무 수행 능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약 23만명의 미군 여성 장병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보수 진영 ‘테스토스테론 담론’ 맞물려
이번 정책은 최근 미국 보수 진영에서 확산하는 ‘테스토스테론 저하’ 담론과도 맞물린다. 일부에서는 현대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용기와 결단력 등 전통적인 남성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관련 발언이 이어졌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오늘날 미국 10대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65세 남성의 50% 수준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SNS에서는 인위적으로 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T-맥싱(T-maxxing)’이 유행하고 있으며, TRT 역시 일부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의학계는 검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치료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비뇨기과학회(AUA)는 정부가 테스토스테론 결핍 검사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단은 관련 증상과 함께 서로 다른 날 실시한 최소 두 차례의 검사 결과를 종합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AUA에 따르면 낮은 테스토스테론의 유병률은 연구마다 기준이 달라 2~50%까지 차이를 보인다. 마티 마카리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지난해 관련 토론회에서 2007년 연구를 인용해 “30~79세 남성 가운데 5.6%가 우울감이나 근력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한 저테스토스테론 상태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군 의료진은 군 복무 환경이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육군 비뇨기과 전문의인 테오도어 크리소스토모-윈 소령은 높은 작전 강도와 극심한 스트레스, 폭발 충격, 외상성 뇌손상(TBI), 수면 장애 등이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 국방부 공식 입장을 대변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호르몬인 만큼 의학적 필요성이 없는 사람까지 TRT를 받을 경우 심혈관 질환과 전립선 질환, 불임 등의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테스토스테론 저하를 ‘남성성 위기’와 직접 연결하는 주장 역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공군 출신인 크리스 훌라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엑스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업계가 가장 기뻐할 것이 분명하다”며 “납세자들은 이 집착으로 누가 이익을 얻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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