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스크 계약' 풍문에 양사 주가흐름 희비
세미파이브 주주 발 '희망이 빚어낸 해프닝'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기업가치(주가)를 움직이는 힘은 여러가지가 있죠. 그 중에 이른바 '여의도발 풍문'은 생각보다 힘이 꽤 셉니다. 기대감을 증폭 시켜 매수를 추동하거나, 불안감을 자극해 투매로 이끄는 데 여의도의 구전 만큼 강력한 매개가 없죠.
최근 국내 주요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SemiFive)'와 대표적인 팹리스 '파두'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세미파이브 소액주주와 파두 소액주주 사이의 소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군요.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세미파이브는 최근 주가가 급격하게 뛰며 시총 1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있는 A투자자가 최근 세미파이브의 NDR을 들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키워드가 '샌디스크, 키옥시아 컨트롤러 수주'입니다. 정확하게는 샌디스크, 키옥시아 컨트롤러 R&D 수주를 세미파이브가 받았고, 이를 설계(혹은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는 이야기죠.
A투자자의 워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세미파이브의 주가도 뛰기 시작했습니다. 10일 부터 8거래일 동안 소폭의 조정일을 제외하고, 파죽지세로 우상향하면서 2만1450원(9일 종가)에서 3만1250원(19일 종가)으로 약 50%가 뛰었습니다. NDR 이후 '빅 스피커'의 전언이 창출해낸 결과입니다. 시총으로 따지면 약 열흘 만에 3400억원 가량이 움직였네요. 세미파이브는 시총 1조를 돌파했습니다.
같은 기간 파두의 주주들은 울상을 지었습니다. 6일 역사적 고점(장중 7만4800원)을 찍은 파두는 이후 아찔한 낙폭을 경험했습니다. 9거래일 동안 10% 넘게 빠진 날만 3일이 있었네요. 6일 종가기준 7만1000원이던 주가는 10거래일 만에 5만7000원(19일 종가)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약 34%가 빠진 셈이군요.
엄밀히 말하면 경쟁사라고 보기 힘든데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은 빅 스피커의 구전 내용 탓입니다. 투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세미파이브가 샌디스크 및 키옥시아 컨트롤러 수주를 했고, 이 물량이 장기적으로 샌디스크 컨트롤러 물량 내재화에 발맞춰 파두가 아닌 세미파이브로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시에 퍼져 양 사의 주가 희비가 교차했다는 이야깁니다. 파두는 샌디스크 TLC eSSD 컨트롤러의 최대 고객사입니다. 최근에도 227억원 가량의 대형 계약을 따냈습니다.
강한 NDA 탓에 실체적 진실은 속속들이 알기 힘들지만, 이 구전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일단 양사의 역할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팹리스(파두)는 SoC등 반도체 회로를 직접 설계하는 역할을 하고, 디자인하우스(세미파이브)는 팹리스의 설계도를 파운드리 규격에 맞게 최적화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의 가교 역할이죠. 물론 세미파이브도 설계 역량을 갖추고는 있습니다.
세미파이브가 샌디스크 향 물량을 일정 부분 갖고 온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파두가 주력으로 설계, 공급하고 있는 TLC eSSD 컨트롤러는 아니고, 샌디스크가 장기적으로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걸로 파악되는 QLC 컨트롤러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당장 경쟁 품목도 아니거니와 R&D 성 소량 수주이기 때문에 수주 공시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QLC는 TLC SSD 대비 한 셀에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섹시'하다는 요소는 다 갖춘 소동으로 보입니다. ▲대형 고객사의 태핑이 있었다 ▲대형 고객사와 경쟁사의 결별로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경쟁사의 매출을 갖고 올 수 있다 ▲사자!
파두는 최근 기업가치가 크게 뛴 탓에 조정 물량이 나온 탓으로 해석합니다. 주주들 간 설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주요 고객사 샌디스크가 내재화하겠다는 QLC SSD에 대해서는 "이미 컨트롤러 설계 역량은 마련돼 있지만, 해당 제품이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주력이라고 할 순 없다"는 입장이네요.
양사의 차트는 재차 색깔이 바뀌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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