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협상은 갈등의 극대화가 아니라 당면한 글로벌 위기 대응이여야...
[삼성전자 사옥 전경=삼성전자]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못될 때는 경영자 탓, 잘될 때는 내 덕, 그러니까 더 내 놔!”. 삼성전자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로 삼성전자의 노사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에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내 주식시장마저 멀미가 날 지경인데 이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의 갈등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노조의 주장은 정당한 요구와 협상의 범위를 넘어선 ‘자해적 주장’에 가깝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도 부족한 판'인데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손실은 성과급 이상으로 커질 테니 회사는 군말말고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금협상 교섭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회사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보다 더 많은(단순 액수 비교는 아닌 듯)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시, 상당히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았다는 입장이다.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를 상회하는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기존 상한을 크게 웃도는 지급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노조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 요구를 유연하게 완화한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 감내하기 쉽지 않은 카드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를 일축하고 ‘성과급 상한제의 영구 폐지’와 ‘영업이익의 10% 고정 배분’이라는 경직된 요구를 고수하며 5월 총파업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문제는 노조의 이 같은 요구가 3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와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 특성상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분야다. 호황기에는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지만, 불황기에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늘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지난 2023년 1/4분기에 적자라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게다가 최근의 반도체 가격의 폭등에 따른 수익 개선도 전사적 입장에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야 반도체만 공급하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가전사업부는 그만큼 원가 부담이 커져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기계적으로 연동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일부 사업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없는 이유이다. 실제 회사 분석에 따르면 해당 안을 적용할 경우 같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성과급이 급감하는 조직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노조는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하고 이를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의 제도화'를 촉구하며 영구적인 성과급 상한선 폐지의 명문화만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노조가 정당한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마냥 비난을 할 수는 없다.그러나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미래보다는 오로지 오늘의 보상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조의 총파업 전략이다. 총파업에 불참하는 노조원에 대해 앞으로 보상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노조의 방침은 노조원의 권익 향상과 보호라는 노동조합의 본래 목적과 배치된다.
물론 노조로서는 노조원들의 결속력을 다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내부결속을 위한 강제 압박이라는 면에서 반발도 우려된다. 자율적 선택을 제한하는 노조의 이러한 접근은 조직 내부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위화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오히려 성과급 체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는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거나, 산업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노사간의 협상은 ‘회사는 어떻게 되든 노조는 최대한 얻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간에 필요한 것은 갑자기 늘어난 과실을 더 가지겠다는 갈등의 극대화가 아니라 당면한 글로벌 위기 대응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분열은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조 역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강경 일변도로 나아간다면, 결국 그 피해는 회사뿐 아니라 구성원 전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협상은 힘겨루기가 아니다. 특히 기업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노조가 지금이라도 요구의 현실성을 재점검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태는 ‘성과급 갈등’을 넘어 한치 앞 예측이 어려운 살벌한 국제 경쟁에서 '경쟁력 상실'과 ‘공멸의 출발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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