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네팔에서 돌발 홍수가 발생한 후 강변을 따라 주택이 진흙탕 물에 잠긴 모습과 산악인 엄홍길. AFP연합뉴스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로 사망자가 470명을 넘어선 가운데, 12년 전 히말라야 빙하 재난을 경고했던 국내 다큐멘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히말라야를 수십년간 누빈 산악인 엄홍길 대장 역시 최근 빙하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며 기후변화가 불러올 추가 재난을 경고했다.
사망 472명 넘어…언색호까지 추가 붕괴 우려
28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네팔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네팔에서 469명이 숨졌다. 중국 측 사망자 3명을 합하면 472명이다.
실종자는 네팔 측 977명과 중국 티베트 측 558명 등 153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네팔 측 517명, 중국 측 260명이다. 다만 양국이 각각 발표한 피해 집계에 중복 인원이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추가 홍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빙하 붕괴로 양국 접경지역에 산사태와 토석류가 강줄기를 막아 형성된 ‘언색호’의 범람·붕괴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언색호가 무너지면 막대한 양의 물이 하류로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
네팔 경찰은 티베트 쪽에 형성된 언색호로 추가 홍수 위험이 커지자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8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실종자 수색과 언색호 감시 등 대응책을 논의했다.
12년 전 EBS가 경고한 ‘빙하 쓰나미’…다시 주목받는 이유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은 모습. EBS 다큐멘터리 캡처
이번 참사를 계기로 12년 전 히말라야 빙하가 불러올 재난을 경고했던 EBS 다큐멘터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EBS는 2014년 ‘하나뿐인 지구-기후변화 특집; 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커지는 빙하호와 이에 따른 대규모 홍수 위험을 다뤘다.
당시 제작진이 찾아간 곳은 해발 5000m에 있는 네팔 임자호수(Imja Tsho)였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이 호수는 작은 연못 수준에서 약 50년 만에 너비 580m, 길이 2.3㎞, 수심 100m 규모로 커진 것으로 소개됐다. 당시 다큐멘터리는 호수에 약 3만6000㎥의 물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빙하호가 커지면 이를 막고 있는 토사와 암석 등의 자연제방이 무너질 위험도 높아진다. 제방이 붕괴하면 호수에 고여 있던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지는데, 이를 ‘빙하호 범람홍수(GLOF)’라고 한다. EBS는 당시 이를 ‘빙하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당시까지 히말라야 지역에서 중국 29차례, 네팔 22차례, 파키스탄 9차례, 부탄 4차례 등 60차례가 넘는 빙하 쓰나미가 보고됐다. 히말라야 전역에 존재하는 빙하호는 약 2만개로 소개됐다.
다만 12년 전 다큐멘터리가 경고한 GLOF와 이번 홍수의 발생 원인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재난은 고산지대 빙하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계곡으로 쏟아지는 ‘얼음 눈사태(ice avalanche)’가 홍수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GLOF는 녹은 빙하수가 호수에 쌓인 뒤 자연제방을 무너뜨리면서 발생하는 반면, 이번에는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직접적인 촉발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정확한 발생 과정과 기후변화가 이번 참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엄홍길도 경고 “예전엔 빙하 크고 단단했는데…지금은 달라”
히말라야 현장의 변화를 오랫동안 지켜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를 등정한 엄 대장은 사고 발생 불과 두 달 전에도 해당 지역을 찾았다고 밝혔다.
엄 대장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두 달 전에 거길 다녀왔는데 이렇게 큰일이 날 줄은 몰랐다”며 “내가 갔을 때도 사람들이 인산인해였다”고 말했다. 사고 지역은 힌두교와 티베트 불교의 성지로 많은 순례객이 찾는 곳이다.
네팔에서는 여름철 아열대성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빈번하지만 엄 대장도 이번 피해 규모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매년 여름만 되면 그 일대에는 아열대성 집중 폭우가 쏟아붓는다”며 “소소한 산사태는 비일비재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엄청난 사고가 난 건 처음 본다”고 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히말라야를 다닌 엄 대장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빙하의 변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빙하들이 크고 단단하게 형성돼서 빈틈이 없었다”며 “최근에는 흙과 돌, 토사가 얼음에 섞이고, 그래서 빙하가 빨리 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말라야에 형성된 빙하호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 대장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빙하 호수를 관리, 감독하는 비상대책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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