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상 공학박사
2026년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안은 단순하지 않다. 성장의 탄력은 둔화하고, 생활비 부담은 여전하며, 고금리의 후유증은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조인다. 많은 사람은 이런 국면을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지금의 세계경제에는 성장 둔화, 비용 압박, 공급망 불안이 한꺼번에 겹쳐 있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경제 상황의 이름이 아니라 그 충격이 자산에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왜 같은 위기 속에서도 어떤 자산은 살아남고, 어떤 자산은 무너지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오늘의 경제를 읽는 핵심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자산 가격부터 본다.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금값이 더 뛸지 말지, 주식시장이 반등할지 침체할지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러나 자산 붕괴는 대개 가격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먼저 무너지는 것은 유동성과 현금흐름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은 생활비를 갉아먹는다. 장부상 자산은 남아 있어도 매달 나가는 이자와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그 자산은 더 이상 방패가 아니라 짐이 된다. 오늘의 위기는 자산 가격의 위기라기보다 버틸 힘의 위기다.
이 지점에서 대중이 가장 자주 빠지는 착각이 있다. 실물자산은 언제나 안전하다는 믿음이다. 물론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일부 실물자산은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버틸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부동산, 보유 자체에 지속적인 비용이 드는 자산, 운영비만 축내는 실물은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오히려 가계를 압박한다. 자산은 소유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버틸 수 있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현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자산은 결국 가장 불리한 시점에 시장에 던져진다.
결국 2026년의 경제 현실은 자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보다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의 문제로 압축된다. 중산층과 대중이 취약한 이유는 자산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충격이 왔을 때 시간을 살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위 자산 보유층과 초대형 기업은 같은 위기 속에서도 선택지가 많다. 고정금리 장기자금이 있고, 현금성 자산이 있으며, 위기 때 경쟁자를 더 낮은 가격에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같은 폭풍이 불어도 누군가는 생존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영토를 넓힌다. 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기회는 준비된 구조 위에만 쌓인다.
바로 여기서 부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승자들이 토지, 금융자산, 고정금리 부채를 활용해 인플레이션을 견뎠다면, 앞으로의 승자는 비용 급등과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가진 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중심에 AI, 신소재, 로봇의 결합이 있다. 이것이 단순한 산업 트렌드를 넘어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 기술의 결합은 비용 구조를 바꾸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건비와 물류비가 함께 오르는 시대에 자동화 역량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로봇과 AI를 결합한 생산 체계는 공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며, 운영을 최적화한다. 같은 비용 압박 속에서도 누군가는 수익성을 지키고 누군가는 무너진다. 그 격차는 곧 시장 점유율의 격차가 되고, 다시 자산의 격차로 이어진다.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고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될수록 신소재 기술의 가치도 커진다. 희토류를 대체할 소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재료,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은 더 이상 연구실의 성과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가격경쟁력이고 산업의 생존력이며 국가의 전략자산이다.
AI 역시 이제 정보의 세계를 넘어 물리적 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공장, 물류망, 에너지 시스템, 연구개발 현장에 A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변화의 초점은 편의성 향상이 아니라 생산 구조의 재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전환이다. 고물가와 저성장의 이중 압박 속에서 비용을 줄이는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의 부는 무엇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기술이라는 이름만 붙였다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수익모델이 없는 테마주, 상용화가 멀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 거대한 투자만 하고 현금창출력이 따라주지 않는 기업은 오히려 위기 때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낙관론이 아니라 기술의 경제성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자동화가 실제로 원가를 낮추는가, 신소재가 실제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가, AI 도입이 실제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는가. 이 질문 앞에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기술은 아직 자산 방어 수단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개인과 기업이 봐야 할 것은 분명하다. 첫째, 부채의 규모보다 부채의 질이다. 변동금리 단기부채는 위기 국면에서 가장 위험하다. 둘째, 시세차익만 기대하는 자산보다 현금흐름을 만드는 자산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자산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생산성 혁신의 방향으로 옮겨야 한다. AI, 신소재, 로봇의 융합은 더 이상 미래 담론이 아니라 현재의 생존 전략이다.
지금 무너지는 것은 자산 그 자체가 아니다. 자산을 떠받치는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의 부가 소유의 규모에서 나왔다면, 미래의 부는 생산 체계의 혁신에서 나올 것이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끝내 살아남을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융합혁명이 서 있다.
양현상 전문위원 yhs10386@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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