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인재’,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우세론을 형성했던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무소속 한동훈 후보와 사실상 초접전 구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부처님오신날인 24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사지를 찾아 주지스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김수진씨. 2026.5.24. [사진=연합뉴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1~22일 부산 북갑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자 대결에서 한동훈 후보는 36%, 하정우 후보는 35%,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19%를 기록했다. 하 후보와 한 후보의 격차는 불과 1%포인트,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다. 보수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도 한동훈 후보 45%, 하정우 후보 41%로 한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흐름도 심상치 않다. 앞서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하정우 후보 39%, 한동훈 후보 29%, 박민식 후보 21%였다. 당시에는 하 후보가 3자 구도에서 비교적 뚜렷한 우위를 보였고, 하정우·한동훈 양자대결도 하 후보 46%, 한 후보 40%로 접전이지만 하 후보가 앞섰다(이 조사는 부산 북갑 거주 만18세 이상 유권자 508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였다)
다만 두 조사는 조사 시점이 약 열흘 차이나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12~13일 뉴스1·한국갤럽 조사에서 10%포인트였던 하정우·한동훈 후보 간 격차가 21~22일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1%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점에서, 최소한 하 후보의 초반 우세론이 더 이상 굳건하지 않다는 해석은 가능해졌다.
이처럼 하 후보의 우세론이 꺾인 배경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 보수층의 ‘민심 단일화’ 흐름, 박민식 후보와 한동훈 후보 사이의 단일화 논란, 부산시장 선거 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하정우 후보를 둘러싼 업스테이지 주식 논란과 이해충돌 의혹이 선거 막판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처음 제기된 것은 ‘주식 파킹’ 의혹이었다. 하 후보가 청와대 AI수석에 임명된 뒤 보유하고 있던 업스테이지 주식 1만 주 가운데 4444주를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에게 주당 100원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장외 거래 가격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어서, 공직에 있는 동안 주식을 잠시 맡겨둔 뒤 나중에 다시 찾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 후보 측과 업스테이지의 해명은 ‘베스팅 계약’이었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쓰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근무하거나 자문 역할을 해야 주식 소유권이 단계적으로 확정되는 구조였고, 하 후보가 AI수석으로 이동하면서 의무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한 4444주는 계약에 따라 액면가 100원에 반환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 후보 측은 반환된 주식도 임직원 보상과 인재 채용 용도로 쓰이도록 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목에서는 하 후보가 방어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스팅 계약 자체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낯선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파킹 의혹 이후에 불거진 논란이 하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 큰 쟁점은 하 후보가 AI수석으로 있던 시기에, 하 후보가 주식을 보유한 업스테이지가 정부의 대형 AI 국책사업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의 정예팀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4일 독파모 사업에 참여한 15개 팀을 평가해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정부 지원 속에 한국을 대표할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하 후보는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었다. 하 후보와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는 네이버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고, 홍콩과기대 겸임교수 추천 등으로도 연결돼 있었다.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는 추천 당시 페이스북에서 “네이버 초거대 AI를 이끌고 계시는 하정우 박사님을 홍콩 과기대 교수님으로 모시게 돼 기쁩니다”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둘 사이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업스테이지가 독파모에 선정된 이후 AI업계에서는 “하필이면 하정우가 AI수석으로 있을 때, 하정우와 가까운 회사가 독파모에 응모해 선정됐다면 의심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 후보 측은 이 부분에 대해 “AI수석실이 개별 사업자 선정에 관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독파모는 과기정통부가 주관했고, 전문심사위원단의 공정한 평가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수석실은 개별 부처의 사업 선정에 관여할 권한도 방법도 없다”며 해당 의혹을 “완전한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하 후보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더해졌다. 지난 20일 디지틀조선일보 계열 더에이아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하 후보 배우자가 보유했던 유일한 비상장주식 회사인 하이퍼엑셀의 C레벨 임원이 독파모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 후보가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과학기술 시민단체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에서 함께 활동한 인사도 독파모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하 후보 측은 독파모 선정에 AI수석실이 관여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심사위원 구성 과정에 하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구나 독파모 선정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업스테이지는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600억 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30일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업스테이지에 대한 5600억 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고,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 1000억 원, 산업은행 300억 원, 민간투자 4300억 원이 투입되는 구조였다. 업스테이지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벤처·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1차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도 투자 명분으로 제시됐다.
결국 의혹의 핵심은 하 후보가 업스테이지 선정에 직접 개입했느냐만이 아니다. 하 후보와 가까운 기업이 하 후보가 AI수석으로 있던 시기에 국가대표 AI 사업의 정예팀에 포함됐고, 그 이력이 다시 56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 투자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독파모 선정’과 ‘국민성장펀드 투자’가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앞의 선정이 뒤의 대규모 자금 유치로 연결되는 핵심 징검다리였던 셈이다.
따라서 이 사안은 단순한 친분 논란이 아니라, 공직자의 업무 영역 안에서 형성된 국가사업 선정 이력이 특정 기업의 대규모 정책자금 유치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이해충돌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더에이아이는 하 후보 배우자가 지난해 9월 기준 하이퍼엑셀 주식 300주를 보유했고, 독파모 정예팀 선정 발표 9일 뒤인 8월 13일 이를 모두 매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하 후보가 심사에 직접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업계가 좁고, 관련 전문가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더 엄격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우자가 왜 하필 그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게 됐는지, 그 회사 임원이 왜 독파모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지, 하 후보와 연관된 인물들이 심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 후보에게 더 곤혹스러운 것은 이 논란이 선거 막판에 터졌다는 점이다. 이미 하 후보는 악수 후 손을 털었다는 논란, 부산 북갑 1인당 GDP 발언 논란, 정청래 대표와 함께한 “오빠 해봐요”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 업스테이지 주식과 독파모 이해충돌 의혹까지 겹치면서, ‘AI 전문가’라는 강점이 오히려 검증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하 후보의 강점은 대통령실 AI수석 출신이라는 상징성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AI 전략을 설계한 인재, 부산 북갑을 첨단산업 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 전문가라는 점이 핵심 메시지였다. 그러나 바로 그 경력이 업스테이지 의혹과 맞물리면서, ‘전문성’은 ‘이해충돌’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는 것이다.
양준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