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경기 평택을 출마 선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 대표는 ‘험지 출마’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험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조 대표가 ‘고향 부산’이나 ‘상징적 하남’을 뒤로하고 평택을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오는 6월 3일 치러질 재보선에 경기 평택을 지역구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2026.4.14. [사진=연합뉴스]
조 대표는 1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또는 제게 직접 연락해 '부산은 선택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는 이색적인 비화를 공개하며 ‘험지 정면돌파’라는 서사를 구축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당선 공식’과 ‘정치적 계산기’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 대표는 ‘민주당이 만류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서) 부산은 박형준 시장으로부터 뺏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박형준 대 전재수' 구도가 중심이 돼야 한다. 제가 나가면 '조국 대 한동훈' 이렇게 구도가 바뀌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얘기하더라"고 밝혔다.
고향인 부산을 포기하는 것이 ‘도망’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단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평택을을 택하며, 이곳을 “보수 정당이 내리 승리해온 험지 중의 험지”라고 규정했다. 자신을 ‘적진의 심장부’로 뛰어드는 장수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 대표가 평택을을 ‘험지’라고 부르는 근거는 19대부터 21대까지 보수 정당이 승리했다는 과거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정치적 착시 효과’를 노린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평택을의 ‘정치적 지형’은 파주나 화성과 유사하게 급격히 변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고덕신도시 등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며 2040 젊은 층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2022년 대선 직후 국민의힘 바람이 불 때도 평택시장은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는 평택의 바닥 민심이 이미 ‘진보 우위’로 재편됐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이병진 후보가 당선되었다. 민주당이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지형 자체는 이미 민주당의 ‘안방’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결국 조 대표가 말하는 ‘험지’는 10년 전의 낡은 데이터를 보고 하는 소리거나, 혹은 ‘꽃길을 험지로 포장’해 당선 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은지 시사인 기자는 “2020년 같은 경우에는 게리맨더링 이슈가 있다 보니까 국민의힘 계열의당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민주당이 차지했다는 설명이 있다”며 “험지 중에 험지라고 하는 조국 대표의 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거기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사실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평택을을 출마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 "호남이나 민주당 텃밭을 선택하면 제가 명분을 잃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와 제가 격렬한 경쟁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평택을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병진 전 의원이 재산신고 누락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재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평택을 재선거의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으므로 '무공천 원칙'이 지켜져야 할 곳이라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미 '재보선 전 지역 공천' 원칙을 밝혔다. 그에 따라 지역구별 후보 차출론이 거론되거나 출마 희망자들의 출마 선언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의 후보군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평택을은 민주당 내에서 뚜렷한 중량급 후보가 없는 ‘인물 공백’ 상태다. 조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무공천을 압박하며, ‘범여권 단일 후보’ 자리를 꿰차기에 평택이 훨씬 수월한 선택지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유튜브에서 “민주당이 아주 약체 후보를 공천한다면 모르지만, 제대로 된 공천을 한다고 했을 때 조국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5%도 안 된다”고 분석했다. “당초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얘기가 있었는데, 안산갑으로 거론되면서 현재 평택을에는 마땅한 후보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 평론가는 “민주당이 이렇게 후보군을 찾다가 우왕좌왕하면서 공천을 못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부분을 계산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조국 대표를 배려’해서 무공천할 가능성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는 정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한테 취재한 결과 “정 대표 입장에서는 다음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모든 지역을 압도적으로 이기는 게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굳이 조국 대표에게 양보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정 대표가 평택을에 어떤 후보자를 전략공천하느냐에 따라, 조국 대표의 당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에서는 출마선언 직전까지 하남갑과 평택을을 두고 정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15일 CBS 서민선 기자는 조 대표의 출마와 관련해 “정말 막판에 정해졌다고 한다. 지난 주말까지 평택과 하남에 대해 ‘청진기’를 대봤다”고 밝혔다. 다만 비공개 여론조사여서 공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 대표는 출마선언을 하기 직전까지 청진기를 대며 당선 가능성을 타진한 결과, 평택이 가장 ‘가성비’ 높은 지역구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정해지다 보니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울 만한 게 없어서, ‘험지’를 내세운 것 같다는 것이 서민선 기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조국 대표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가 평택을 출마를 선언하고, 자당이 후보를 낸 울산시장과 평택을에서 '패키지' 단일화를 타결하자고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연 대표는 오랫동안 평택을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패키지 단일화 논의란, ‘울산시장은 진보당이 도와줄 테니, 평택을은 민주당이 진보당을 밀어줘라’는 타협안인 셈이다. 따라서 조국 대표의 출마선언에 진보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연 대표는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행위'로 규정하며 조 대표의 출마 철회를 촉구했다.
김 대표의 반발은 단순히 '경쟁 후보의 등장'에 대한 경계가 아니라, '연대 원칙의 파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보당과 조국혁신당이 그간 유지해온 전략적 연대와 후보 조정 약속을 조 대표가 일방적으로 깨뜨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지역 민심을 다져온 진보당 후보들을 무시한 채, 당 대표가 직접 내려오는 것은 야권의 공조 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라며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조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인해 야권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시사했다.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어떤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며, 조국혁신당의 독자 행보가 결국 국민의힘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같은 김 대표의 강한 반발은 평택을 선거 구도를 더불어민주당 vs 국민의힘의 대결에서 ‘야권 내부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성격을 변화시켰다. 결국 조국 대표의 출마가 야권의 파이를 키우기보다, 진보당 및 민주당 지지층과의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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