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세대 의대
전립선암 치료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온 ‘약물 내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따라 어떤 약이 효과가 있고, 어떤 약은 듣지 않는지를 미리 가려낼 수 있는 ‘정밀 치료 지도’가 구축되면서 치료 전략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김형범 교수 연구팀은 전립선암 치료 저항성의 핵심 기전으로 알려진 ‘안드로겐 수용체(AR)’ 변이를 대규모로 분석해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기능 지도(아틀라스)’를 구축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같은 암, 다른 반응"…치료 성패 가르는 AR 변이
전립선암은 전 세계 남성 암의 약 14%를 차지하는 대표적 고빈도 암으로,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 암의 성장과 진행은 남성호르몬(안드로겐)과 이를 인식하는 안드로겐 수용체(AR) 신호에 의해 좌우된다. 이에 따라 현재 표준 치료는 AR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엔잘루타미드, 아비라테론(Abiraterone), 아팔루타미드(Apalutamide) 등이 사용되며,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의 핵심 축을 이룬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AR 유전자에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면서 약물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내성’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돼 왔다. 특히 상당수 변이는 임상적 의미가 불명확한 ‘의미 불확실 변이(VUS)’로 남아 있어, 실제 치료 선택에 어려움을 초래해 왔다.
연구팀은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인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을 활용해 AR 특정 부위에서 발생 가능한 단일 염기 변이의 99.95%에 해당하는 2765개 변이를 전립선암 세포에 직접 구현했다.
이후 표준 치료제 엔잘루타미드, 차세대 후보 약물 바브데갈루타미드를 각각 적용해, 각 변이가 약물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엔잘루타미드 내성 변이 225개, 바브데갈루타미드 내성 변이 40개가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엔잘루타미드에 내성을 보인 변이 중 약 40%가 바브데갈루타미드에는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약이 안 들으면 끝”이 아니라, 변이에 따라 ‘다음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환자 데이터로 입증…“예후까지 예측 가능”
연구팀은 실제 환자 데이터(MSK-CHORD)를 분석해, 해당 내성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엔잘루타미드 치료 시 예후가 더 나쁘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단백질 구조 기반 인공지능 모델 ‘DeepAR’과 ‘DeepAR-Enz’를 개발했다.
이 모델은 아직 실험되지 않은 변이, 드물게 발견되는 변이에 대해서도 기능 이상 여부와 약물 내성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미는 기술의 확장성이다.
프라임 편집 기반 대규모 변이 분석 플랫폼은 유방암, 폐암, 대장암 등 다른 암종의 표적 치료제 평가와 신약 개발에도 적용 가능하다.
김형범 교수는 “환자의 AR 변이 정보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학적 접근이 가능해졌다”며 “이번 기술은 다양한 암종에서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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