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강남권 고가 재건축 시장이 석 달 만에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8.3 세제 개편안’이 4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을 시사하면서, 압구정·반포·대치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세금 부담 우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 실거래가보다 3억~7억 원 이상 낮고, 5월 중과 유예 종료 직전보다도 저렴한 매물이 속출하면서 시장에서는 ‘2차 급매장’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서는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기존보다 수억 원씩 가격을 낮춘 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압구정 현대8차 전용면적 107㎡는 지난달 57억 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급매물 호가는 48억~49억 원까지 떨어졌다. 7월 말까지만 해도 55억 원 선이던 급매 시세가 발표 후 6억 원 이상 추가 하락했다. 압구정4구역에 속한 이 단지의 해당 주택형은 지난해 2월 44억 5000만 원 거래 이후 시공사 선정 등 재건축 호재로 가격이 급등해왔다. 지난 5월 51억 원에 거래된 1건을 제외하면 줄곧 56억~59억 원 선을 유지했으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분위기가 뒤집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박지우기자
다른 구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압구정 2구역 신현대 전용 108㎡는 7월 실거래가(65억 원)보다 6억 원 낮은 59억 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지난달 105억 원에 거래돼 주목받았던 전용 182㎡는 무려 20억 원 떨어진 85억 원에 나와 있다. 1구역 미성1차 전용 105㎡ 역시 당초 48억 원에 나왔던 매물이 지난 8일 3억 원 내린 45억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강남 재건축 최대어’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호가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해 최고 38억 원, 지난달 34억 6000만 원에 거래됐던 전용 76㎡는 현재 급매 시세가 31억~32억 원대까지 밀려났다. 연초 42억 원에 실거래됐던 전용 84㎡도 급매 호가가 35억 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고가 재건축 시장이 세제 개편안의 두 가지 핵심 축인 ‘40억 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세 인상’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한다. 두 세제 개편의 영향이 정확히 겹치는 위치에 있어,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과 매도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치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 보유자 상당수가 세를 주고 외지에 거주 중인데, 보유세가 2배가량 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자 재건축 완공까지 버틸 실익을 따져보기 시작했다”며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에 매도를 고민하던 차에 장특공제 축소 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 단지에 오랫동안 실거주해 수십 억원의 양도 차익이 기대되는 고령층 보유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2028년부터 장특공제 한도 20억 원, 2029년 10억 원으로 단계적 축소되는 상황에서 일부 집주인들은 완공 후 더 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한도가 깎이기 전에 매도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고정 소득이 없는 고령층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양도차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고가 재건축 급매물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고가 재건축이 많은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매물은 일주일 새 350~380건씩 늘어 이 기간 서울 전체 매물 증가량인 1241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급매물 출회가 실거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25억 원 초과 주택은 대출 한도가 최대 2억 원으로 제한돼 매수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수 억원 내린다고 해도 최소 3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 만큼 선뜻 매수하겠다는 문의가 없다”며 “또 세금 이슈로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고 매도자들도 가격을 더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 거래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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