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칩과 서버, 대형언어모델을 한꺼번에 공개하며 AI 에이전트 인프라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챗GPT]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알리바바가 신규 인공지능(AI) 반도체 '젠우 M890'(Zhenwu M890)을 공개하며 중국 내 엔비디아 대체 칩 경쟁에 다시 속도를 붙였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빅테크들이 자체 AI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크립토폴리탄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이날 열린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밋'에서 신규 AI 칩과 서버 시스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동시에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젠우 M890은 이전 세대 대비 최대 3배 빠른 성능을 목표로 설계됐다. 알리바바는 해당 칩이 여러 단계를 거쳐 복합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용으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메모리와 통신 성능을 강화하고, 여러 시스템 간 동시 협업도 지원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후속 제품 로드맵도 공개했다. 차세대 칩 'V900'은 2027년 3분기, 'J900'은 2028년 3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랙 하나에 AI 가속기 128개를 탑재한 서버 시스템 '판주 AL128'도 선보였다. 중국 기업 고객은 알리바바 클라우드 플랫폼 ‘바이롄’을 통해 해당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 실적도 제시했다. 알리바바 산하 반도체 기업 티헤드는 현재까지 56만개 이상의 젠우 칩을 400곳이 넘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고객군에는 자동차 제조사와 금융기관 등 20개 산업 분야 기업들이 포함됐다.
알리바ㅏ는 신규 LLM '큐웬 3.7-맥스'(Qwen 3.7-Max)도 함께 공개됐다. 회사는 해당 모델이 고급 프로그래밍과 장시간 AI 에이전트 작업에 최적화됐으며, 최대 35시간 연속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칩 공개를 넘어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모델을 통합한 자체 생태계 구축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알리바바의 움직임은 최근 중국 내 엔비디아 칩 유통 제약이 강화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그래픽카드 ‘RTX 5090D V2’에 대한 판매 제한 조치가 최근 시행됐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세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이 통관 승인을 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유통업체들 역시 판매 허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제한이 미국 정부가 아닌 중국 측 조치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해 엔비디아 H200 AI 칩 주문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별도의 통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시장 전용 제품인 RTX 5090D를 출시한 데 이어, 메모리를 축소한 ‘RTX 5090D V2’를 새롭게 내놓은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해당 제품의 메모리를 비공식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내 유통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징둥닷컴은 최근 'AI GPU' 전용 페이지를 통해 RTX 5090D V2를 포함한 일부 엔비디아 제품을 판매했지만, 관련 보도 이후 해당 페이지를 내렸다. 중국 전용으로 설계된 제품이 공식 유통이 막히면서 비공식 판매 경로로 흘러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게이밍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게이머들은 사실상 RTX 5080이 최고급 대안으로 남게 됐고, 엔비디아와 AMD 제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다만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 엔비디아 최신 칩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엔비디아는 AI 그래픽 기술을 둘러싼 비판에도 직면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AI 기반 그래픽 시스템에 대해 일부 개발자와 이용자들은 "원본보다 개성이 떨어진다", "캐릭터 표현이 부자연스럽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 제품 접근성이 제한되는 가운데, 알리바바는 자체 AI 칩과 클라우드 인프라, AI 모델을 결합한 전략으로 기업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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