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사회과학』출간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과학 표지
일자리의 소멸, 교육 제도의 변화, 복지 시스템의 재설계, 법과 입법 기관의 역할 전환, 예술과 창작의 경계 재편. 인공지능이 불러오는 변화의 목록은 매일 길어진다.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과학』(김란우 외 9명 지음 │ 동아시아 출판)은 이러한 전환기에 사회과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과학 자체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정면으로 탐구한다.
이 책의 전반부(I~V장)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과학의 연구 방법론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다룬다. 각 장은 단순히 기술의 가능성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사회과학의 핵심 방법론에 적용될 때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학술적으로 검토한다.
김란우(KAIST)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설문조사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석한다. LLM이 인구통계학적 변수에 따른 인간의 응답 패턴을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하면서, 동시에 ‘구조와 개인의 문제’, ‘사회적 사실의 보편성 한계’, ‘사회적 산물로서의 거대언어모델’이라는 세 가지 근본적 쟁점을 제기한다. 이병규(뉴욕대)는 생성형 행위자 기반 모형(Generative ABM)을 통해 사회 시뮬레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개별 행위자의 미시적 행동이 어떻게 거시적 사회 현상으로 창발하는지를 LLM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한다.
김태균(KAIST)은 사회과학에서의 텍스트 측정 방법이 사전 기반에서 기계학습, 그리고 LLM 프롬프트 기반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각 접근의 성능을 비교·평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박재혁(KDI)은 임베딩 벡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모델이 한국 사회의 거시적 구조(직업 위계, 젠더 인식, 정치 지형)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조원광(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집단 감정 서사 연구에 있어서 셀프-어텐션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소개한다.
책의 후반부(VI~IX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사회과학의 이론적 지평 자체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전준(KAIST)은 계산사회과학과 질적 연구의 관계를 검토한다. 흔히 대립적으로 인식되는 두 방법론이 인식론적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혼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질적 연구의 진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김해솔·신은경(고려대)은 추천 알고리즘, 콘텐츠 조절 알고리즘 등이 사회적 행위자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분석하며, 알고리즘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사회학적 탐구에 왜 필수적인지를 논증한다. 손윤규(서울대)는 알고리즘이 사회적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하는 시대에, 공정성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평가할 것인지는 기술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과학의 문제임을 밝힌다. 임동균(서울대)은 알고리즘의 힘이 기존의 사회적 힘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권력 구조를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기획 대담: 경계를 넘는 사람들’은 이 책의 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과학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 경험과 향후 전망을 논의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9편의 논문을 통해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질문들은 독립된 사례 연구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변수 앞에서 사회학·정치학·정책학이 공유해야 할 이론적 의제들이다.
알고리즘이 인간의 행위를 예측하고, 생성형 모델이 사회조사의 응답을 모사하고, 임베딩 벡터가 한 사회의 구조를 표상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 데이터와 모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해석하는 일은 여전히 사회과학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해석의 좌표를 독자에게 먼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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