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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정락 칼럼] 오디세우스가 주식 투자했다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국내 관객 9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와 세이렌의 만남이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존재다.

[안정락 칼럼] 오디세우스가 주식 투자했다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국내 관객 9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와 세이렌의 만남이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존재다. 오디세우스는 유혹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밧줄로 단단히 묶으라고 명령했다. 부하들 모두 밀랍으로 귀를 막게 했고, 자신이 아무리 애원해도 절대 풀어주지 말라고 일러뒀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는 ‘사전약속’을 통한 자기통제에 주목했다. 인간에게는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계획적인 자아’와 눈앞의 욕망에 흔들리는 ‘즉흥적인 자아’가 공존한다. 미래의 내가 비이성적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행동을 제약하는 게 사전약속이다. 노벨위원회가 세일러의 연구를 설명하면서 소개한 것도 바로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이야기다.

올해 국내 증시 흐름을 보면 오디세우스의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40일 뒤인 7월 29일 5262.77로 추락했다. 고점 대비 43.9% 폭락이다. 종가 기준으로 7월 한 달간 하락률이 22.2%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는 6월 10회, 7월 15회 발동됐다. 올해 전체 49회 중 절반 이상이 두 달에 몰렸다.

급등장에서는 탐욕이, 급락장에서는 공포가 투자자를 흔든다. 코스피지수가 9000을 넘어서자 증권가에선 장밋빛 전망이 잇따랐고,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욕망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폭락세가 이어지자 공포에 주식을 내던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장의 세이렌은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사전약속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투자 종목을 선정했다면 미리 정해둔 자산 배분 원칙과 주가 흐름에 따라 기계적으로 리밸런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비중과 손절 기준 등을 짜놓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광기에 휩싸였을 때도 감정에 따라 원칙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평생 경계한 인간 오류 중 하나가 ‘과잉 확신’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예측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곤 한다. 상승장에서 돈을 벌면 운도 자기 실력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투자 목적은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맞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아 수익을 내는 데 있다.

그래서 장기 투자가 중요하다. 워런 버핏은 자산의 90% 이상을 65세 이후에 일궜다고 한다. 버핏은 오랜 기간 투자하면서 높은 복리 수익을 내는 것을 ‘므두셀라 기법’이라고 했다.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고 기록된 성경 속 최장수 인물이다.

시간을 견디려면 여유도 필요하다. 이른바 ‘몰빵 투자’는 하락장에서 버틸 선택지를 없앤다. 일정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위기 때 자산을 헐값에 팔지 않도록 도와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저축이 선택권과 유연성을 준다”고 강조했다. 현금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기회가 왔을 때 움직일 수 있다.

투자 성패는 불투명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자신의 탐욕과 공포를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 오디세우스는 스스로 나약함을 알았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롤러코스피’를 항해하는 투자자라면 자신을 단단히 묶어둘 돛대 하나는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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