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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보의 경제화, 동맹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36.5˚C]

앞서 우리 국회가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이 법이 구글·메타·엑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안보의 경제화, 동맹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36.5˚C]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 안보·경제 패키지로 대응

유럽에 미군 감축과 관세 인상 조치

한미, 대미 투자 사업 이행 속도도 지연

선제적 대응, 새로운 동맹전략 마련해야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안보와 경제는 강하게 연동되고 있다. 두 사안이 분리된 영역으로 작동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에서 안보·경제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다뤄지고 있다. 이른바 '안보의 경제화'가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현실의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피부에 와닿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쿠팡 문제'와 한미 안보 협상의 연동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과 특정 기업 이슈를 문제 삼으며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협의를 사실상 지연시키고 있다. 안보 협상이 경제 사안의 지렛대로 활용되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 침해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앞서 우리 국회가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이 법이 구글·메타·엑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한국의 쿠팡 압박 역시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간주하며 안보와 연계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대서양 동맹'에서도 현실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문제에 협조하지 않은 유럽을 겨냥해 독일 주둔 미군 감축과 함께 자동차 관세 인상이라는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군사적 기여 부족과 부담 분배 차원에서 안보·통상을 연결시킨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동참하지 않은 한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미는 지난해 관세·통상 협상을 통해 약속한 대미 투자 사업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1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첫 번째 투자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자 수익성과 경제 여건을 신중히 고려해 판단이 늦어지는 것일 수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에 대한 불만을 안보 이슈와 연계시킬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이미 1·2차 대미 투자 계획까지 밝히며 안보 압박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도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하지 않았다며 공개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은 안보·경제 패키지 작동 원리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 간 이상 기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양국 간 소통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신속한 대미 투자 이행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개항 등의 과정에서 한국이 기여할 실질적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안보의 경제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동맹 전략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강희경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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