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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고 있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관계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꾸지 않았다.
가정법원 재판정에서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법원에서 지정한 조정기일에 조정위원으로부터 이미 한 번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가사조사와 부부 상담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에 가능한 음주를 줄이십시오”, “아이들의 생활 패턴을 지켜주십시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아내와 관계 회복은 어렵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정위원의 말에 동의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 그는 평소처럼 퇴근길에 섰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오늘은 그냥 집에 들어가야겠지?’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일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오늘 하루 정도는 문제 없을 거야.’
그에게 술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었다. 하루 동안 쌓인 긴장을 풀어주는 방식이었고, 술을 마시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집에 들어가면 아내의 표정, 아이들의 분위기,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그 모든 것에서 잠깐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선택했다. ‘조금만’이라는 선택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과 ‘지금은 괜찮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나타나서 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경우 더 편한 쪽이 이겼다.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오늘 만이다’,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내일부터 하면 된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내일은 다르게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내일’은 또다시 ‘내일’로 계속 미뤄졌다는 데 있었다. 사람은 바꾸는 것보다 익숙한 것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익숙하다. 특히 그 익숙함이 자신을 잠시라도 편하게 만들어 준다면 그 선택은 더 강해진다.
그래서 그는 문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알고도 지금의 편안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변화는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 순간의 선택은 ‘지금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서 그는 매번 같은 선택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반복이 결국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으로는 멈추지 못했다. 아내는 그의 변화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기대했고, 그다음에는 확인했고, 그리고 결국에는 포기했다.
‘법원에서 조정위원의 경고까지 받았으니 이번에는 다를 거야’라는 기대는 ‘역시 똑같네’라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신뢰는 조금씩 무너져내렸다.
관계는 큰 사건 하나로 무너지지 않는다. 바뀌지 않는 반복이 조용히 관계를 무너뜨린다. 법정에서 그는 말했다. “바꾸려고 했습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바꾸려고 했고 몇 번은 시도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도가 지속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변화는 결심으로 시작되지만 관계는 반복으로 유지된다. 그는 결심은 했지만 반복을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마음이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계에서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이 행동의 지속성이다. 한 번의 노력은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다. 반복되는 변화만이 상대의 마음을 다시 열 수 있다. 그날 법정에 선 그는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습관을 바꾸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습관은 사소해 보이지만 관계에서는 결정적인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자신에게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나는 정말 바꾸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을 피하는 순간, 같은 문제는 다른 관계에서도 반복된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7화는 ‘책임을 나누지 못한 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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