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5화 너무 늦게 깨달은 죄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6화는 '끝내 바꾸지 못한 습관의 죄'로 이어집니다. 안귀옥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는 네이버뉴스에서 더 많은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5화 너무 늦게 깨달은 죄

이미지는 AI의 도움으로 만들었습니다

법정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누군가가 말을 하기 전까지 시간이 잠깐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피고석에 서 있었다. 두 손은 앞에서 가볍게 모여 있었고, 시선은 바닥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판사가 아내의 소장에 청구원인에 있는 내용을 2~3개 쟁점을 정리해서 이야기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이유를 뭐라고 보고 계십니까?”

판사의 그 질문이 있었는데도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입술이 아주 잠깐 움직였지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로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한 번 숨을 고르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 “제가… 잘 몰랐습니다.” 그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제야 아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내가 왜 같은 말을 반복했는지, 왜 아내의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는지, 왜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그는 그때도 아내의 말을 듣고 있었고, 그때도 아내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그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갈등처럼 느껴졌었다. 조금 부딪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고, 다시 평소처럼 돌아가는 그런 반복된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굳이 그 동안의 행동들을 바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굳이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만 넘기면 된다고 종전처럼 돌아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지금’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아내의 말은 점점 줄어들었고, 아이들은 점점 아빠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신호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관계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법정에서 그는 다시 말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몰랐다는 사실로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알게 되는 순간이 아니라 반응하는 순간에 바뀐다. 그는 이제야 비로써 이해했고, 이제야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임은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것처름 보인 뒤에야 깨달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책임은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무게로 남아 있었다.

우리는 종종 늦게라도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계에서는 그 ‘늦음’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그때 들었어야 할 말은 그때 들어야 의미가 있고, 그때 바뀌었어야 할 행동은 그때 바뀌어야 관계를 지킬 수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진심은 남아도 그 진심이 닿을 곳은 사라질 수있기 때문이다. 그날 법정에 선 그는 책임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책임을 너무 늦게 이해한 사람이었다.

늦게 도착한 깨달음의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그것은 후회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끝난 관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남는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더 민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들려오는 말, 지금 반복되고 있는 갈등, 지금 느껴지는 불편함을 그대로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그 질문을 놓치는 순간, 우리는 같은 후회를 다른 관계에서 다시 반복하게 된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6화는 ‘끝내 바꾸지 못한 습관의 죄’로 이어집니다.

안귀옥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는 네이버뉴스에서 더 많은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메인화면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