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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2화 미안하다는 말을 끝내 꺼...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3화는 '끝내 설명하지 않은 죄'로 이어집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는 네이버뉴스에서 더 많은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2화 미안하다는 말을 끝내 꺼...

이미지는 AI의 도움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내들이 많이하는 불만이 있다. “어쩜 그렇게 사과 한마디를 안 해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끝까지 인정하지 않더라고요.” 그 말 역시 틀리지 않다. 남편은 실제로 사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난 남자들을 보며 나는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는 사과를 하지 않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사과하는 법을 몰랐던 사람이었을까?

재판을 마무리하는 변론 종결날 법정에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판사가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시지요.” 그는 잠시 입을 떼려다가 다시 다물었다. 입술이 몇 번 움직였지만, 끝내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그날의 말투가 거칠었다는 것도, 그 행동이 상대를 상처를 입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실을 말로 꺼내는 순간, 자신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장면 역시 낯설지 않다. 많은 남자들이 ‘미안하다’라는 말을 단순한 인정이 아니라 ‘패배’처럼 느낀다. 한 번 입 밖으로 꺼내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쏟아질 것 같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질 것 같은 불안이 생긴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다. 조금 더 버텨보는 쪽으로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관계에서 사과는 선택이 아니라 신호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했다는 신호, 그리고 그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신호다. 그 신호가 끝내 전달되지 않으면, 상대는 다른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사람은 나에게 미안한 마음조차 없는 사람이구나.’ 그 순간 관계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선다. 감정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느끼게 된다.

법정에서 그는 뒤늦게 말했다. “그때 미안하다고 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 말은 뒤늦은 후회였고, 이미 닿을 수 없는 사과였다. 상대는 그 말을 가장 필요로 했던 순간에 듣지 못했고, 그래서 그 한마디는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는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사과해야 하는 순간을 지나쳐버린 사람이었다. 사과는 타이밍을 잃으면, 마음이 있어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공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그의 침묵은 아내에게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였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감정을 말로 꺼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순간을 지나쳐버렸다.

우리는 종종 사과하지 않는 사람을 뻔뻔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은 뻔뻔한 것이 아니라, 사과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

그날 법정에 선 그는 잘못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짧지만, 그 안에는 인정과 책임, 그리고 관계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 말을 꺼내지 못한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그것은 단순한 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음을 닫게 만들고, 결국 서로를 돌아서게 만든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사과를 기다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정말 사과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사과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이 질문은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다. 사과는 마음속에 있다고 해서 전달되지 않는다. 말이 되어야 비로소 닿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에게, 그 침묵은 결국 책임이 된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3화는 ‘끝내 설명하지 않은 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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