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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만나는 남편들 중에는 유난히 말수가 적은 유형이 있다. 감정을 숨기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아예 ‘공유’라는 선택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런 남편의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저한테 기대지를 않아요’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래서 저는 항상 마지막에야 알게 돼요’
이른바 ‘단독 해결형 남편’이다. 이 유형의 남편은 문제를 함께 나누기보다, 스스로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미숙함으로 느끼고, 혼자 해결하는 것을 성실함이라고 믿는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밤이었다. 남편은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내는 몇 번이나 말을 걸다가 결국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남편은 짧게 답했다.
“아니, 그냥 회사 일.”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은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몇 달 전부터 회사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있었다. 퇴직 권고를 받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었다. 아내에게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했다. ‘괜히 걱정시킬 필요 없지’, ‘이야기해 봐야 걱정만 할 테니 정리되고 나서 말 해도 늦지 않아’,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그에게 ‘가족’은 함께 나누는 존재라기보다, 지켜야 하는 대상에 가까웠다.
며칠 뒤, 아내는 우연히 남편의 통장 내역을 보게 된다. 평소와 다르게 급여가 들어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번 달 월급 왜 안 들어왔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회사에서 정리됐어.” 아내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힘든 건 이해해요. 근데… 왜 저한테 말 안 했는지 그게 더 힘들었어요.” 그녀에게 문제는 ‘해고’ 자체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끝까지 혼자 감당하려 했던 태도였고, 아내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배신감 같은 감정이었다.
남편은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괜히 같이 힘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에서는 충분하지 않았다.
단독 해결형 남편의 특징은 여기에 있다. 문제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공유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일수록 더 조용해지고, 더 혼자가 된다.
그는 말하지 않는 것이 배려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게 느낀다. “나는 이 사람 인생에서 빠져 있는 사람인가?”, “왜 중요한 순간에 나는 항상 밖에 있는 걸까?” 그녀에게 ‘말하지 않음’은 ‘배제’로 받아들여진다.
이 부부의 갈등은 싸움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아내는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고, 남편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은 집에서 다른 시간을 살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남편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관계는 결과로 남는다. 그는 혼자 버텼고, 아내는 혼자 남겨졌다. 관계는 ‘지켜주는 것’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함께 견디는 것’이 있어야 유지된다.
혼자 해결하려는 남편의 태도는 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강함은 때로 상대를 관계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 된다. 그래서 이 유형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해결한 뒤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태로 나누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좀 어렵다.”, “나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 이 한마디가 두 사람을 같은 편으로 만든다. 그는 끝까지 혼자 해결하려 했고, 아내는 끝까지 함께하려 했다. 그 방향이 맞지 않았을 때, 관계는 조용히 무너졌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2화는 ‘둔감형 남편’, 그는 왜 끝까지 몰랐을 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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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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