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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0화 참다가 터지는 '폭발형...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1화는 '가까워 지려고 하면 멀어지는 남편, 그는 왜 혼자있으려 하나?'로 이어집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는 네이버 뉴스에서 더 많은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0화 참다가 터지는 '폭발형...

이미지는 미드저니 AI로 만들었습니다

법정에서 만나는 남편들 중에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유형이 있다. 다툼이 생겨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웬만한 일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다. 그런 남편의 아내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화를 잘 안 내요.” 하지만 이어서 이렇게 덧붙인다. “…대신 한 번 화나면 너무 무서워요.”

이른바 ‘폭발형 남편’이다. 이 유형의 남편은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해서 해결하기보다 안으로 쌓아두는 방식에 익숙하다. 불편한 말은 하지 않고, 서운한 감정도 굳이 꺼내지 않는다. ‘그냥 내가 참으면 되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면 갈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지 않고 쌓아놓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문제는 그 ‘쌓임’이 어느 순간 한계를 넘는다는 데 있다.

그날도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온 남편은 여느 날과 같이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이 널브러진 거실과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보았다. 맞벌이를 아내는 바쁜 하루를 보낸 상태였고, 퇴근 후에 아이들을 돌보느라 미쳐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늘 좀 정신없었어. 내일 정리할게.” 그 말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남편의 안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동안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났던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렸다. 아내의 늦은 귀가, 반복되는 약속 취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던 시간, 그 모든 것이 그 장면 위에 겹쳐졌다.

그리고 그날, 그는 참지 않았다. “맨날 내일이지. 도대체 언제 할 건데?”, “집구석이 이게 뭐야. 내가 하숙집에 사는 것도 아니고”,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야.” 그의 말은 단순히 그날의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내는 당황했다. “갑자기 왜 그래? 이 정도로 화낼 일이야?”, “내가 놀았어? 나도 나가서 일하고 온 사람이야.” 아내의 항변은 남편에게 더 큰 자극이 되었다. 남편은 말했다. “여지껏 참았어. 그동안 계속 쌓였던 거야!”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 ‘그동안’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그것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의 시간은 어긋난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감정 위에서 말하고 있고, 아내는 지금 이 순간 만을 기준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이해할 수 없었고, 남편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폭발형 남편의 특징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데 있다. 그는 그때그때 말하는 것이 어렵고 갈등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차라리 참고 넘기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참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점에서 한 번에 터져 나온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한 번의 폭발은 열 번의 침묵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아내에게 그 장면은 이렇게 남는다. ‘이 사람은 갑자기 화를 내는 사람이다’, ‘언제 터질지 몰라서 불안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거나 아예 감정을 공유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진다.

그렇다면 이 관계는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핵심은 ‘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꺼내는 것’이다. 완벽하게 정리된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감정이 작을 때, 그때 말을 하고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좀 서운한 게 있어’, ‘이 부분은 내가 조금 힘들다.’ 이 작은 문장들이 쌓이면 큰 폭발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한 번에 터지는 감정은 상대를 이해시키기보다 방어하게 만든다.

법정에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저도 그렇게까지 화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감정이 한 번에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관계는 ‘의도’가 아니라 ‘표현’으로 기억된다. 그는 참고 있었지만, 상대는 준비되지 않은 폭발을 마주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감정을 잘 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쌓아두고 있는 것인가? 그 질문을 놓치는 순간 그 감정은 언젠가 더 큰 형태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한 번이, 그동안의 관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1화는 ‘가까워 지려고 하면 멀어지는 남편, 그는 왜 혼자있으려 하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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