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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틀라스가 말하는 것, 말하지 않는 것

따라 '피지컬인공지능(AI)'를 둘러싼 다양한 전망과 예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최근 아틀라스가 촉발한... 뿐만 아니라 아틀라스를 비롯한 피지컬AI가 산업·노동 현장에 도입-확산되는 경로와 방식을 두고서도 깊이...

아틀라스가 말하는 것, 말하지 않는 것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6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장면 중 하나는 현대차 부스에 등장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다. 안정적으로 자동차 부품 운반 작업을 실시하는 아틀라스 영상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신공장(HMGMA)에 이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란 점이 발표됨에 따라 ‘피지컬인공지능(AI)’를 둘러싼 다양한 전망과 예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최근 아틀라스가 촉발한 기술과 노동 간 관계를 둘러싼 거대한 담론 지형은 특정 영역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전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틀라스를 비롯한 피지컬AI가 산업·노동 현장에 도입-확산되는 경로와 방식을 두고서도 깊이 있는 통찰이 결여된 상태다. 이 글에서는 현재 아틀라스로 대표되는 피지컬AI 관련 담론 구조가 노정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피지컬AI를 둘러싼 논의를 전개하는 데 있어 노동조합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피지컬AI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축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기술이 인간 노동과 맺는 관계 형태로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대체론’과 인간을 보완·강화한다고 보는 ‘보완론’으로 대별되며, 다른 하나는 기술 변화의 사회적 결과에 대한 전망으로서 기술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낙관주의’와 이전보다 인간의 삶과 사회를 더욱 궁핍하게 만들 것이란 ‘비관주의’로 대별된다.

피지컬AI 담론의 현저한 쏠림

두 축을 교차해보면 크게 네 개의 담론 영역이 도출된다. 첫째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기술적 실업론(비관적 대체론), 둘째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보는 탈노동·노동해방론(낙관적 대체론), 셋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계급질서 하에서 새로운 형태의 착취와 통제로 변이될 뿐이라고 보는 불평등 담론(비관적 보완론), 넷째 로봇이 인간과 상호보완적 협업을 실시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증강(augmentation) 담론(낙관적 보완론)이 그것이다. 기술적 실업, 노동해방 담론이 기술이 그 내재적 논리로 사회 변화를 추동한다고 보는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면, 착취·통제 담론과 증강 담론 기저에는 기술이 사회를 경유함으로써만 현실에서 구현된다고 보는 사회구성론적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론과 보완론 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문제는 피지컬AI에 관한 최근의 담론 지형이 네 개 담론 영역들의 상호 대등한 경합이 아닌 현저한 쏠림 현상을 보인다는 점, 특히 대체론과 비관주의가 결합된 기술적 실업에 주목한 서사가 다른 담론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관적 대체론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기보다는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결정론적으로 전제함으로써 특정 자본의 시장 선점을 획책하거나 사회적 공포감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노동자 집단의 협상력 약화를 유도하는 등 그 자체로서 수행적 기능(performativity)을 담당하고 있다.

기술을 필연으로 고정한 신러다이트 프레임

대표적인 것이 ‘신러다이트’ 프레임이다. 아틀라스가 공개된 이후 국내 언론들은 앞다투어 현대차 공장 노동자들이 머지않아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란 보도를 쏟아냈으며, 현대차노조가 기존에 회사와 맺었던 단체협약(신기술 도입시 별도 기구에서 사전 논의)을 근거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자마자 이를 흘러가는 거대한 수레를 막아서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으로 왜곡하여 묘사했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논쟁의 좌표를 아예 바꿔버린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사회가 거기에 어떻게 개입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따져 묻기보다는 기술을 역사적 필연으로 고정시킨 채 그러한 변화를 거부하는 비합리적이고 퇴행적인 집단이 누구인지를 색출하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동자 집단은 자신들의 존속을 둘러싼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도 전에 사회적 차원에서 선제적인 협상력 약화와 고립을 경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틀라스와 현대차노조의 첨예한 갈등 프레임은 오히려 휴머노이드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새롭고 불안정한 국면에서 아틀라스라는 제품의 존재감과 시장가치, 나아가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 가치를 확고하게 만드는 역설적 결과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저항의 언어조차 저항의 대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이 현재 피지컬AI 담론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비관적 대체론, 중대한 의제 가리개 작용

한편 비관적 대체론은 기술적 실업 이슈에만 이목을 집중시켜 노동자 집단 및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다른 중대한 의제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핵심 목표는 고작 완성차 조립라인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에 있지 않다. 공정혁신(생산기술로서의 로봇)인 동시에 제품혁신(상품으로서의 로봇) 성격을 띠고 있는 산업용 범용 로봇이란 거대한 시장을 발굴하고 선점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목표다. 특정 산업 분야 생산현장에서의 로봇과 노동 간 대체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협소한 기술적 실업론에서는 피지컬AI라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 및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의 확장과 전환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변화를 결코 제대로 이해하고 다룰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아틀라스는 피지컬AI의 도입 경로에 대해서도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고 있다. 작업장 순찰과 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로봇개), 지능화된 사내물류 로봇인 AGV와 AMR, 여러 생산공정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협업하는 협동로봇(cobot, 로봇팔) 등 이미 다양한 종류의 피지컬AI가 생산현장 곳곳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해당 과업이나 직무를 수행해왔던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대체해왔다. 즉 피지컬AI는 단절적으로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확산 과정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가 본격 투입되기 이전부터 이미 조용히, 연속적으로 생산현장에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현존하는 다양한 피지컬AI들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노동자 집단은 정작 싸워야 할 실질적 대상과 시기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결과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담론 쏠림의 지형에서 노동조합의 자세는

그렇다면 작금에 기술결정론적으로 편향된 피지컬AI 담론 구조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선 어느 하나의 담론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적 실업론은 피지컬AI의 물질성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실존적 위험(일자리 총량의 감소, 노동시장 재편 및 악화 등)을 고찰하게 만드는 데에 유효하며, 노동해방론은 기술을 위협 요소가 아닌 유용한 자원으로 상정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새로운 분배 의제(노동시간 단축, 기본소득, 로봇세 등)를 제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신착취·통제론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미시적이고 생생한 노동 현장의 변화(알고리즘 통제·감시 강화, 데이터 주권 훼손 등)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에 강점을 가지며, 증강론은 인간 친화적인 기술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이행 경로를 논의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어느 것도 단독으로는 피지컬AI가 우리 사회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의 전모를 담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단일한 담론 영역(특히 기술적 실업론)에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면서, 네 가지 담론 영역 각각이 포착하는 위기와 가능성을 동시에 시야에 두는 복합적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피지컬AI가 도입되는 조건과 방식, 그것이 만들어낼 노동관계에 대해 인본주의적 관점의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개입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피지컬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 증가의 과실을 사회가 어떻게 분배·재분배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문제화하는 한편, 디지털·AI 기술 도입이 야기하는 새로운 착취·통제 체제에도 강력히 맞서야 한다. 기술이 노동자를 위험하고 소모적인 과업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 도입의 방향과 속도, 내용을 설계하기 위한 요구와 교섭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결국 피지컬AI 시대를 맞이하는 노동조합의 과제는 기술에 저항하는 것도, 순응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조건 아래, 누구를 위해 배치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규율하는 것이다. 그러한 활동들이 단위 사업장 수준을 넘어 산업 차원, 사회적 차원에서 동시에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피지컬AI를 개별 사업장 노사관계 이슈가 아닌 산별노조운동 전체 의제로 설정하고 공동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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