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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정당 김민기 사례로 본 'CEO가 곧 미디어'인 시대의 PR

1,500억이 입금됐다. 대표는 그 순간을 직접 공개했다.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영상, 반복해서. 그런데 더 화제가 된 건 그 돈이 아니라, 그 돈과 함께 올라온 대표의 글이었다.

아정당 김민기 사례로 본 'CEO가 곧 미디어'인 시대의 PR

[스타트업 PR라운지] 1,500억 매각보다 더 화제였던 건 대표의 글

1,500억이 입금됐다. 대표는 그 순간을 직접 공개했다.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영상, 반복해서. 그런데 더 화제가 된 건 그 돈이 아니라, 그 돈과 함께 올라온 대표의 글이었다.

전 충주맨 김선태가 공공기관 홍보의 문법을 깼고, 돌고래유괴단이 브랜드 SNS의 문법을 깼다면, 아정당 김민기는 CEO 커뮤니케이션의 문법을 깼다.

감정이 있는 공지는 다르게 읽힌다

일반적인 M&A 공지는 정해진 문법을 따른다. 전략적 시너지, 주주가치 제고, 성장동력 확보 — 이런 표현들이 줄을 잇는다. 읽히긴 하지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김민기 대표의 글은 달랐다. 왜 팔았는지, 왜 다나와를 선택했는지, 왜 아직도 일을 놓지 못하는지, 그리고 왜 반드시 다시 1대 주주로 돌아올 것인지 숫자보다 동기가 먼저 나왔다.

사람들은 투자 구조를 읽은 게 아니었다. 한 창업자의 욕망과 승부욕을 읽었다. 그래서 기억했고, 공유했다.

글의 구조 자체도 영리하게 설계돼 있었다. 매각 이유 설명, 직원 불안 선제 차단, 본인 동기 해명, 미래 비전 제시, 그리고 왕좌 탈환 선언까지. 기업 공지가 아니라 드라마의 시즌 예고편에 가까웠다.

화려한 숫자 다음엔, 디테일로 착지했다

더 흥미로운 건 후속 글이었다.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그는 이사·인터넷 가입 업계의 실무 팁을 길게 공유했다. 명예의 전당팀 지정 방법, 본사 보장 약관 확인법, 도매점과 하부 소매점의 차이, 분실·파손 입증 문제까지. 업계 비전공자는 쓰기 어려운 디테일이었다.

이 구조가 PR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앞 글이 창업자의 '판타지 서사'였다면, 후속 글은 '업의 신뢰'를 증명하는 장치였다. 화려한 기업가치 뒤에 실무 감각을 보여준 것이다. 대중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이 회사는 마케팅만 잘하는 곳이 아니라, 시장 구조를 진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특히 "해결 안 되면 직접 문자 달라"는 한 문장은 어떤 광고 카피보다 강하게 작동했다. 대표 실명 보증, 자신감, 고객과의 직접 연결. 이 세 가지를 문장 하나로 만들어냈다. 한국 소비자는 거대한 기업보다 책임지는 사람의 얼굴에 신뢰를 느낀다. 그 본능을 정확하게 건드린 셈이다.

이 전략의 그림자

물론 이 방식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표 개인이 브랜드 전면에 등장할수록, 회사 평판과 대표 개인 평판은 하나로 묶인다. 성과가 좋을 때는 강력한 팬덤과 채용 브랜딩, 투자 관심으로 이어지지만 — 서비스 문제나 논란이 터졌을 때 모든 화살이 대표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더불어 PER, 기업가치, IPO, 1대 주주 복귀 같은 메시지를 전면에 세우는 순간, 대중은 그 기준으로 회사를 계속 검증하게 된다. 잘 되면 전설, 흔들리면 조롱 — 그 구조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필요한 건 더 많은 콘텐츠가 아니라, 더 높은 절제력이다. 초반의 폭발적 반응을 만든 '솔직함'이 어느 순간 리스크가 되는 지점이 반드시 온다.

PR 기획의 새로운 질문

아정당 사례는 스타트업 홍보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과거에는 기사 배포가 PR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대표의 글, 캡처 이미지, 댓글 반응, 내부 메시지 한 문장까지 브랜드 자산처럼 소비된다. 회사가 브랜드이던 시대에서, 대표의 서사와 태도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이 PR 실무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대표에게 SNS를 더 열심히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감정을, 어떤 타이밍에, 어떤 구조로 꺼낼 것인가 그 전략 설계가 이제 PR 기획의 핵심 영역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보도자료 한 장을 잘 쓰는 것만큼, 대표의 목소리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아정당 김민기 사례는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장면으로 오래 회자될 것이다.

[글] 스타트업·기업 홍보전문가 이우람 (PR펌 바다와하늘처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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