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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시아·유럽 마비 우려”… 이란發 해저 케이블 위협 고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큰 충격을 안긴 이란이 이번에는 세계 경제의 ‘숨겨진 동맥’인 해저 통신 케이블을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유럽 마비 우려”… 이란發 해저 케이블 위협 고조

이란, 해저케이블 사용료 부과 추진

구글, 메타 등 美 빅테크 겨냥 조치

케이블 공격시 글로벌 금융망 혼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큰 충격을 안긴 이란이 이번에는 세계 경제의 ‘숨겨진 동맥’인 해저 통신 케이블을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지난 6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에 정박한 화학 운반선 / 로이터=연합

17일(현지 시각) 미국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란이 군사력 외에도 강력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아래 설치된 해저 인터넷 케이블에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인터넷 케이블에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와 연계된 관영 매체들도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강경 성향의 파르스통신은 지난 9일 “유럽·중동·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에 대해 이란이 주권적 관할권과 규제권, 사용료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매체들 역시 기업들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 트래픽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란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사용료 납부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관영 언론은 이란 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자국 법 준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란은 해저 케이블 운영업체들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 수수료를 부과하고, 향후 케이블 수리·유지보수 권한을 이란 기업에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해저에는 유럽·아시아·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주요 대륙 간 해저 케이블이 깔려 있다. 이란이 실제로 해저 케이블 통제에 나설 경우 단순한 인터넷 속도 저하를 넘어 은행 시스템, 군 통신, AI 클라우드 인프라, 원격근무, 온라인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등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란의 오랜 안보 리스크 때문에 다수의 해저 케이블 사업자들은 의도적으로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인근 좁은 수역에 케이블을 집중 배치해왔다. 그러나 일부 케이블은 여전히 이란 영해를 통과하고 있다. 특히 IRGC가 소형 잠수정과 수중 드론 등을 보유하고 있어 해협 전역의 해저 케이블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저 케이블 전문 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의 연구 책임자 앨런 몰딘은 이란이 실제 공격에 나설 경우 여러 대륙에 걸친 “연쇄적 디지털 재앙”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데이터 허브와 유럽의 케이블 착륙 지점을 연결하는 핵심 디지털 통로라며, 케이블 통제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 간 금융 거래와 국제 송금 속도가 크게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국가들 역시 석유·가스 수출과 연결된 금융 시스템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 또한 인터넷 트래픽 상당 부분이 영향을 받아 아웃소싱 산업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세력들이 다른 해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해저 케이블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다. 홍콩 통신회사 HGC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2024년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 공격을 받은 선박이 침몰하면서 홍해 해저 케이블 3개가 절단됐고, 당시 해당 지역 인터넷 트래픽의 약 25%가 마비된 바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책임자인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이 같은 위협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정권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함으로써 누구도 다시는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의 구상이 실제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강력한 대이란 제재로 인해 기업들이 이란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미국 기술기업들에 해저 케이블 사용료 납부를 강제할 현실적인 수단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케이블은 전 세계 국제 대역폭의 1% 미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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