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자체 반도체 확산···시장 판도 변화 신호
고비용 구조 부담 확대···대안 기술 경쟁 본격화
아마존웹서비스(AWS)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외부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AI 칩 시장에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내부 인프라에만 활용해 온 칩을 상업화 단계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빅테크 간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흐름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 시각) 연례 주주서한에서 “당사 칩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 향후 제삼자에게 대량 판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칩 사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경우 연간 매출은 약 500억 달러(약 7조4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그동안 자체 설계한 주문형 반도체(ASIC)인 트레이니엄, 그래비톤, 인퍼런시아 등을 자사 데이터센터에만 적용해 왔다.
재시 CEO는 “엔비디아 칩을 선택하는 고객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나은 가격 대비 성능을 요구하는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트레이니엄3 물량 대부분이 이미 예약됐고, 트레이니엄2 역시 거의 매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체 칩을 외부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내부 효율화 단계를 넘어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인프라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환경과 맞물려 있다. 범용 GPU 가격 상승과 전력 효율 문제로 인해, 성능 일부를 조정하더라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주문형 반도체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트레이니엄2가 동급 엔비디아 칩 대비 단위 성능당 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시 CEO 역시 “자체 AI 칩의 가장 큰 강점은 고객의 비용 절감”이라며 “대규모 도입 시 연간 수백억 달러의 지출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시 CEO는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평생 한 번 올 기회”로 규정하며,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올해 집행되는 자본지출 상당 부분에 대해 이미 고객 수요가 확보돼 있으며, 2027~2028년에는 해당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 아마존은 미국 미시시피주 데이터센터에 1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총투자 규모는 250억 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반도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용으로 개발한 TPU를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으며, 메타 등과의 협력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약 500만 개의 칩 중 380만 개를 자체 칩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 역시 자체 반도체 개발을 검토 중이며, 반도체 설계 기업 ARM도 설계 중심에서 벗어나 자체 칩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80~90%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한 사실상 독점 구조로 평가된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이 비용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앞세워 자체 칩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시장 경쟁의 축이 ‘성능 중심’에서 ‘비용·전력 효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AI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GPU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설계와 공급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 전략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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