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실제와 구분 안 되는 수준"… 오픈AI 덕테이프 정체는?

이미지 생성 AI의 고질적 난제인 텍스트 깨짐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며 화제를 모았던 정체불명의 모델 '덕테이프(Duct-Tape)'가 오픈AI의 차세대 모델임이 공식 확인됐다. 코드명 뒤에 숨어 시장의 반응을 살피던...

"실제와 구분 안 되는 수준"… 오픈AI 덕테이프 정체는?

이미지 생성 AI의 고질적 난제인 텍스트 깨짐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며 화제를 모았던 정체불명의 모델 ‘덕테이프(Duct-Tape)’가 오픈AI의 차세대 모델임이 공식 확인됐다. 코드명 뒤에 숨어 시장의 반응을 살피던 덕테이프는 ‘챗GPT 이미지 2.0’이라는 정식 명칭을 내걸고 AI 이미지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오픈AI가 21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챗GPT 이미지 2.0’을 전격 공개했다. 최근 AI 성능 비교 플랫폼 ‘아레나’에서 완벽한 한글 구현 능력으로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덕테이프의 정식 출시 모델이다.

사진=셔터스톡

오픈AI는 “이번 챗GPT 이미지 2.0은 이전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오픈AI는 지난해 챗GPT를 통해 지브리풍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능을 선보이며 이용자를 단숨에 끌어모은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챗GPT 이미지 1.5를 공개, 실무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다만 텍스트 구현 능력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AI는 글자를 언어 규칙이 아닌 시각 데이터로 인식해 단순 이미지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글자의 획이 어긋나거나 철자 순서가 뒤바뀌는 등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덕테이프에서 미리 공개된 챗GPT 이미지 2.0은 텍스트 깨짐 현상을 완벽에 가깝게 해결했다.

챗GPT 이미지 2.0 기능… 덕테이프로 미리보기

지난 4일 아레나에 처음 등장한 덕테이프는 뛰어난 한글 구현 능력으로 화제가 됐다. 이용자들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덕테이프는 복잡한 한국어 문장을 오탈자 없이 완벽하게 구현했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한국인 여성 진행자, AGI에 관한 한국어 제목, 한국어 채팅 댓글’과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실제 영상 캡처 이미지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성능을 입증했다.

덕테이프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레딧 갈무리

이 외에 간판, 말풍선, 손글씨 노트까지 오류 없이 구현하는 능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광고 시안 품질도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텍스트 구현 능력이 월등하다는 평가다. AI 기술 분석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라플로우(MiraFlow)에서는 “덕테이프의 텍스트 렌더링 정확도는 99%를 넘었다”며 “현대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썸네일, 포스터, 앱 화면, 소셜 광고, 굿즈 디자인 등을 오류 없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레딧(Reddit)의 유저들은 “지금까지 나온 것들 중 최고다”, “본질적으로 완벽한 AI 이미지에 도달한 것 같다”, “나노 바나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개발자 피터 레벨스는 X(옛 트위터)에서 덕테이프 모델이 “현실 세계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고 텍스트 렌더링 성능도 훌륭하다”며 “나노 바나나 프로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구글의 나노 바나나 겨냥했나?

덕테이프는 공개되자마자 나노 바나나(Nano Banana)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사실 덕테이프는 마스킹테이프, 가퍼테이프, 패킹테이프라는 세 가지 모델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오픈AI는 이 세 가지 모델을 동시에 실험했다. 전 세계 수만명의 유저가 베타 테스터가 되어 준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각 모델을 저울질하면서 독보적인 성능을 보인 모델을 선정, 최후의 손길을 더해 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노 바나나의 출시 전략과 비슷한 행보다. 지난해 8월 구글은 코드명 ‘나노 바나나’ 모델을 아레나에 공개하며 기존 경쟁자들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빠르게 제쳤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대신 자연스러운 입소문으로 파장을 일으킨 후 정식 공개한 점이 챗GPT 이미지 2.0의 출시 과정과 유사하다.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를 다듬은 것도 동일하다.

이러한 유사성은 구글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오픈AI에 시선이 쏠리게 했다. 게다가 ‘테이프’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업계에서는 덕테이프가 나노 바나나를 겨냥한 오픈AI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바나나와 테이프라는 키워드에서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표작 ‘코미디언’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벽에 실제 바나나를 덕트 테이프로 붙인 작품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사진=셔터스톡

오픈AI는 그간 이미지 생성 AI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왔으나 최근 나노 바나나의 거센 추격으로 인해 입지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업계 1위 굳히기를 위한 강력한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에 텍스트 깨짐 문제를 극복한 획기적인 모델을 들고 나왔다는 평가다.

챗GPT 이미지 2.0은 높은 미학적 완성도로 작품을 그려주는 미드저니(Midjourney)와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중점을 둔 플럭스(Flux)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고 능력을 갖춘 이미지 모델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AI가 사용자의 명령을 받자마자 바로 픽셀을 찍어냈다면 챗GPT 이미지 2.0은 이미지를 생성하기 전 생각하는 단계를 거친다. 어떤 레이아웃이 가장 효과적일지 먼저 고민하고 자기 검증을 거친 후 렌더링을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고(Thinking) 모델을 선택하면 AI가 인터넷에서 실시간 정보를 찾아 이미지에 반영한다. 가령 ‘오늘 주식 시장 요약 차트를 그려줘’라고 하면 실시간 데이터를 검색해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숫자가 포함된 그래프를 생성한다. 기존의 학습된 데이터만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정확도를 구현한다.

어도비, AI에이전트 통합 시스템 공개하며 ‘맞불’

오픈AI가 챗GPT 이미지 2.0을 공개한 날 공교롭게도 어도비도 새로운 AI 모델을 공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도비는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마케팅 콘퍼런스 ‘어도비 서밋’에서 마케팅용 AI에이전트 시스템 ‘CX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CX엔터프라이즈는 마케팅을 수행하는 AI에이전트를 통합 지휘하는 시스템이다. 챗GPT, 코파일럿, 제미나이 등 여러 개의 AI에이전트에게 마케팅 업무를 맡기고 이들을 한곳에서 관리·지휘할 수 있다.

어도비는 CX엔터프라이즈를 공개하면서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외부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물을 내놓는 기존 AI 모델과 달리 CX엔터프라이즈는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일관된 콘텐츠를 생성한다.

자사의 생성형 AI 모델 파이어플라이(Firefly)만 고집하지 않고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 점이 눈에 띈다.

B2B 시장을 확실히 공략한 것도 주목된다. 그간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워크플로우를 통합하고 저작권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실무 디자이너와 기업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해 왔다. 이번에 CX엔터프라이즈를 출시하며 마케팅 분야까지 장악함으로써 B2B 시장에 확실히 안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어도비가 이미지 생성 모델에 집중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AI에이전트 지휘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별 콘텐츠 생성을 넘어 마케팅, 디자인, 데이터 분석, 경영에 이르기까지 기업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자동화하는 AI 기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AI 업계에 대지진 일으킨 오픈AI와 어도비

오픈AI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 모델과 어도비의 AI에이전트 관리 시스템이 같은 날 공개되며 AI 업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챗GPT 이미지 2.0이 이미지 생성 AI의 난제였던 텍스트 렌더링 문제를 해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미지 생성 기술 임계점을 돌파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픈AI가 이번 모델을 공개하며 “이미지 생성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한 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오픈AI의 이번 도약이 AI 비디오 생성 모델 소라(Sora)의 서비스 종료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 3월 24일 소라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는데 그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운영비 대비 저조한 수익성이 있었다. 당시 소라는 하루 운영에만 최대 1500만달러가 소요됐으나 수익은 21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정된 GPU 용량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막대한 GPU 자원을 잡아먹는 소라는 다른 핵심 서비스의 고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오픈AI는 결국 소라를 정리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AI 이미지 생성 모델 사업에 GPU와 비용을 재배치함으로써 전열을 가다듬었다.

어도비 역시 CX엔터프라이즈 출시를 통해 기업 업무 프로세스의 전방위적 재편을 예고하고 나섰다. 오픈AI와 어도비의 파격적인 신기술 발표가 맞물리며 AI 시대의 새로운 표준이 세워질 전망이다.

우선 인력 구조와 역할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창의성과 분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뿐만 아니라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와 기획자까지 자신의 전문 영역을 재정의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업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AI 기업들의 경쟁 양상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임계점을 넘어선 만큼 성능 경쟁이라는 소모전에서 벗어나 B2C 또는 B2B 등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서비스의 정체성을 보다 정밀하게 구체화하는 것이 향후 시장 선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