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전경.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UCK파트너스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함께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한 거래는 여러 모로 한국 자본시장에 이정표를 세운 딜로 평가된다. 2023년 1월 UCK·MBK 컨소시엄은 2조2000억원 규모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개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모펀드(PEF)가 인수합병(M&A)을 위해 공개매수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UCK·MBK는 한발 더 나아가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주식을 같은 값에 사들이는 파격적인 구조를 선보였다. 업계에선 오스템임플란트 딜을 두고 PEF의 상장사 M&A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한다. 김수민 UCK 대표가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을 1년간 수십차례 만나며 매각을 결심하도록 설득한 일화도 PEF업계 영웅담처럼 회자됐다.
그러나 인수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실적이 예상 밖으로 크게 꺾이며 인수 당시의 영광도 빛이 바래는 듯했다. '잘 샀다'는 최초의 평가는 2년여 만에 '잘못 샀다'로 뒤집히는 양상이었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에 편중된 이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축소에 나섰다. 임직원의 성과보상 체계도 대대적으로 손보며 체질 개선 중이다.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PEF가 주도하는 '밸류 크리에이션 플랜'이 본격 가동되며 기업가치 제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고도 성장기의 그림자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UCK·MBK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 오스템임플란트는 연 1조원대 매출과 영업이익 2000억원이 넘던 회사였다. 인수 첫 해인 2023년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보다 성장했으나 2024년엔 영업이익이 1600억원대로 줄더니 작년엔 800억원으로 급감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하던 회사였다. 동시에 직원만 5000명에 달했던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조직이었다. 당연히 회사의 경영은 체계가 잡혀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외법인만 30여곳에 이르고 취급 제품도 임플란트에서 치과 소모품·기자재까지 늘어났지만 국가와 제품 단위별로 세분화된 손익관리 체계가 부재했다.
UCK는 MBK와 함께 고도 성장기의 그림자, 이른바 '구습'를 걷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2023년 8월 딜이 클로징되고 약 1년간 진단을 마친 뒤 구조개선의 '첫 단추'인 인적 쇄신에 집중했다. 이마트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전략실 사장 등을 지내고 2020년 오스템임플란트에 경영고문으로 합류한 김해성 경영혁신단장을 2024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외부 인재도 연이어 수혈했다. 삼성전자·SPC그룹 출신 김성한 한국영업총괄본부장, 경쟁사 메가젠임플란트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박성수 유럽중동영업본부장 등을 채용하며 영업인력을 보강했다. 취약했던 인사(HR) 기능은 CJ제일제당 인사 총괄을 맡았던 정훈구 인사본부장을 기용했다.
직원들의 성과 체계도 손질 중이다. 과거 영업직원들의 핵심 성과지표(KPI)는 '수금'이었다. 수금 위주의 KPI는 고도 성장기엔 매출을 끌어올렸고, 회사 이익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마진이 안 좋은 지역·제품에도 무리하게 영업을 밀어붙이게 되고, 원가·비용 관리에 소홀해질 유인이 생기게 된다. 사업이 복잡해지고 업황이 한풀 꺾인 상황에선 수익성 악화로 귀결됐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현재 재무지표와 운영지표를 고루 반영하는 KPI로 점진적으로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재편 TF 본격 가동
실적 악화의 원인은 외부에도 있었다. 중국 경기 둔화라는 외부 충격이다. 임플란트는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과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재다. 필수 의료 서비스와 달리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자가 시술을 뒤로 미루거나 저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2023년경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 주도의 대규모 입찰 제도(VBP)는 국내 임플란트 업체들의 평균판매단가(ASP)를 크게 낮춰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2025년은 중국 내수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해였다.
UCK와 MBK는 작년 7월 실적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보통 PEF는 외부 컨설팅펌에 경영 진단을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UCK는 자체 인력을 3개월간 오스템임플란트 사무실에 상주시키며 직접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TF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사업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수익 창출 잠재력과 전략적 중요도를 평가했다. 해외 진출국·프로덕트 단위별로 전략적 우선순위를 처음부터 손봤다. 수익성이 낮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들은 과감히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단했다. 대표적인 게 밀링머신 사업이다. 수익성이 낮고 회사의 핵심 사업인 임플란트와 시너지도 낮았다. 밀링머신 사업에 투여되는 자원과 시간은 다른 성장 잠재력 높은 사업에 투입하는 편이 낫다는 게 TF의 결론이었다.
국가단위로는 서유럽보다는 중동과 동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1965년 '임플란트의 아버지' 스웨덴 브레네막 박사가 최초 발명한 임플란트는 1990년대 서구에서는 이미 대중화가 이뤄진 상태였다. 노벨바이오케어, 스트라우만, SIC임플란트 등 유럽 프리미엄 임플란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였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요 타깃은 신흥시장이었다. 현지 의료진에게 임플란트 기술을 전파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내놓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후발주자가 임플란트 종주국에서 성과를 내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TF는 서유럽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대신 중남미를 강화하기로 전략을 정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4년 4월 브라질 임플란트 3위 기업 '임플라실 드 보르톨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외 지역서 매출 성장
오스템임플란트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79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영업이익(8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0%에서 올해 상반기 12.7%로 2배 이상 개선됐다. 지난달 말 인수금융 대주단 재무약정 테스트도 무난히 통과했다.
회사의 기초 체력은 더 탄탄해졌다. UCK·MBK가 인수하기 전인 2022년 중국 시장 이익 의존도는 60%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30%대로 축소됐다. 중국 외 신흥국 지역에서 신흥국 매출이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고용 인력도 인수 당시 대비 약 20% 증가했다. 인수 전 5100명에 달했던 임직원 수(해외법인 포함)는 현재 6200명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도입하는 등 밸류업 작업이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임플란트 1위 기업으로서 체질개선과 실적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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