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신율 칼럼] 오세훈의 피해자 이미지와 사법리스크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만일 이번 1심 판결이 2심과 3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신율 칼럼] 오세훈의 피해자 이미지와 사법리스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제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만일 이번 1심 판결이 2심과 3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온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1심 판결만으로 당장 오 시장이 법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이미지의 타격은 일단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입장에서는 이번 타격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데, 바로 얼마 전에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사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서 발언 제지당한 오세훈…정치적으로 ‘플러스’

오 시장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제지당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국민 의견 수렴 계획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런 상황에서 오 시장은 회의 말미에 “총리님, 저 서울시장이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라며 발언을 신청했다. 그러나 한성숙 국무총리는 “아, 지금 이 건은 그냥 국민 대토론회가 있으니까요. 그냥 이 건으로 넘기면 좋겠습니다”라며 오 시장의 발언을 제지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오 시장님 어디 계시냐”고 오 시장을 찾은 뒤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오랜만에 오셨는데 아주 간단하게 인사 한마디 하시라”고 발언 기회를 줬다.

이에 오 시장이 “오늘 조금 아쉬운 것은 부동산 관련 대책 회의가 여러 차례 준비돼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국무회의에서 꼭 여러 위원님을 모시고 그동안 서울시의 주택 행정과 관련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오 시장의 말을 끊으며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죠”라고 제지했다. 만일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부동산 관련 입장과 정책을 충분히 피력할 기회를 얻었다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과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번처럼 발언을 제지당한 상황에서도 정치적으로는 그와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 이미지’다. 오 시장이 국무회의 석상에 사실상 유일한 야당 출신 인사로 참석했음에도 발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국민은 오 시장을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피해자’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 피해자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과 비교해 약자나 피해자에 대해 강한 동정심을 보이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특성이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이미지는 선거나 정치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정청래 전 대표 역시 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정 전 대표는 ‘선호투표제’ 문제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자격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정 전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아프다”라는 단어를 ‘검찰 개혁’,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약자’, 그리고 공격으로 인해 아파하는 ‘피해자’로 인식시키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정치인들은 피해자 혹은 약자 이미지를 갖는 것이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 역시 이번 국무회의를 통해 그런 이미지를 얻게 됐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에서 열린 ‘강뉴합창단-서울시예술단 문화교류 공연’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권의 견제받는 피해자’로 인식…‘유력 대권 주자’ 이미지 부각

또 다른 측면은 현 정권이 오 시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권력의 견제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차기 유력 대권 주자라는 인상을 줘야 현재 권력의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 시장은 ‘본의 아니게’ 유력 대권 주자라는 사실을 현 권력의 행위를 통해 부각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권력으로부터 유력 대권 주자로 직접 ‘인정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행위로 인해 국민이 그런 인식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현재 보수 진영에는 오 시장 외에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있고,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권력의 견제를 받는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은 차기 주자들 사이의 경쟁 구도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얻었든 얻지 못했든 정치적으로는 득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오 시장의 정치적 미래와 관련한 플러스 요인이라면 이번 1심 판결은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 시장이 이번 판결로 당장 시장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잠룡으로서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플러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지, 아니면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오 시장이 받은 타격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 새로운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은 그동안 국민의힘 내부에서 합리적 보수를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 한동훈 의원이나 이준석 대표도 합리적 보수의 주자로 거론되지만,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 외부 인사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오 시장이 갖는 독보성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지방 선거 당시를 보더라도, 오 시장은 국민의힘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 운동을 해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오는 상당한 성과를 보여줬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로 상징되는 당내 강경파와 상당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통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상황 때문에 당내 강경파와 오 시장 사이에는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오 시장이 1심에서 시장직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형을 선고받았으니, 당 내부에서 이를 빌미로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정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과연 이런 반응에 걸맞은 행동까지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예로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있던 시절 민주당은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구성원이 일치단결해 이재명 당시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는 데 힘을 모았었다. 이런 당 차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재명 당시 대표는 대통령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과거 민주당이 보여줬을 정도의 단결력을 오 시장을 위해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일 국민의힘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는 정치적으로 극복될 수 있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론조사 의혹’ 판결 대법까지 이어지면 보수 진영 혼란 가중

물론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약간의 입장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동혁 대표의 이른바 ‘재선거’ 주장이다. 장 대표가 선거 소청 변론에 직접 나선다는 보도가 있는데, 서울을 포함해 경기와 인천 등 세 곳에 대해 ‘선거의 효력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변론에 직접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이같이 나온 이상, 장 대표가 이런 행동을 계속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행위는 민주당의 오 시장에 대한 ‘즉각 사퇴’ 주장에 오히려 힘을 보탠다는 보수 진영 내부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장 대표의 장외 행보가 멈추거나, 아니면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물밑에서는 당내 강경 세력에 의한 ‘오 시장 흔들기’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인사들이 오 시장 이후의 정치 구도를 염두에 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이전에도 오 시장은 당 안팎의 여러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한동훈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공격도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정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한 의원에게 국민의힘 강경파의 견제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에 대한 2심과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만일 오 시장이 2심과 3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그는 명실공히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보수 진영의 혼란을 더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