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전문 조직 및 신규 플랫폼 도입
‘선제적 안심 인프라’ 구축에 총력
안완기 고객신뢰 위원회 위원장.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즈니스의 생존과 성장을 가르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외 테크 기업들이 입을 모아 “AI 시대의 최우선 가치는 신뢰와 보안”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기술의 고도화만큼이나 AI를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안 대책과 선제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시장을 이끄는 SK텔레콤과 KT는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믿을 수 있는 AI·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T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단기적 대응을 넘어 고객 관점의 근본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외 거버넌스인 ‘고객신뢰 위원회’를 출범시킨 SKT는 최근 위원회 설립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고도화 방향을 공유했다.
안완기 고객신뢰 위원장(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이 SKT가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 중심의 관점으로 체질을 바꾸는 치열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작년에는 고객의 불만, 아쉬움, 요청사항과 개선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회사에 전달하고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집중했다”며 “올해는 여기에 더해 회사의 생각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회사에 전달하는 앰배서더 역할을 더 강화하고 있다. 강연, 세미나, 기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 위원장이 꼽은 가장 큰 소득은 전사적인 인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고객’이라는 키워드가 특정 부서나 조직 중심으로만 다뤄졌다면 이제는 기술, 보안, 영업 등 회사 내 모든 조직이 고객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는 문화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지난 3월 SK텔레콤 창립기념일을 맞아 진행된 CX Day에 참여한 고객신뢰 위원회 위원들. (제공: SK텔레콤)
그는 “지난 3월 27일 CX Day에 제가 방문한 문래동 서비스에이스 본사에서는 SKT 임원들이 고객의 불만과 요청사항이 접수되는 현장을 직접 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함께 논의했다. 찾아가는 서비스, 고객 서비스 자문단 구성 등도 같은 흐름의 활동”이라며 변화의 움직임이 단편적인 ‘점’에서 ‘선’으로, 나아가 전사적인 ‘면’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SKT는 이러한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해 지난 4월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29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객관적인 지표에서도 성과를 증명해냈다.
아울러 안 위원장은 고객 자문단 행사 중 ‘우리 가족의 SKT 이용 기간을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며 격려해 준 고객의 사례를 언급하며 “AI와 디지털 전환(AX)이 강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같은 인간적 요소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 기업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SKT 고객신뢰 위원회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는 고객뿐 아니라 불만을 쌓아두거나 조용히 떠나는 ‘침묵하는 고객’의 불편까지 선제적으로 발견해 개선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동시에 소비자 분쟁 조정, 법률, 고객 심리, 트렌드 등 위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지향점을 고객에게 쉽게 전달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앰배서더’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T 로고. (제공: KT)
국내 AX(AI 전환) 혁신을 이끄는 KT는 AI 기술 발전과 데이터 활용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신설한다.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선제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KT는 정책·법률, 기술·보안, 산업·서비스, 윤리·이용자 보호 등 다양한 분야의 사외 최고 전문가들로 초대 자문위를 구성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명예교수, 이희정 고려대 교수, 류재철 충남대 교수, 손기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심상현 한국CPO포럼 사무국장, 김경하 제이앤시큐리티 대표 등이 참여하며 향후 위원회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자문위원회는 앞으로 ▲개인정보 처리자로서의 의무 이행 및 책임 강화 ▲데이터 활용의 적정성 검토 ▲개인정보 유출 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 체계 고도화 등 KT의 AI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김창오 KT 개인정보보호그룹장(CPO)은 “AI 시대에는 데이터 활용의 혁신만큼이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고객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외부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데이터 신뢰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적으로 AI의 리스크를 제어하고 신뢰를 시스템화하는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MS 역시 차세대 AI 전략인 ‘프론티어 트랜스포메이션(Frontier Transformation)’을 공개하며 핵심 축으로 지능과 함께 ‘신뢰(Trust)’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AI는 조직 내에서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없다는 진단에 따른 조치다.
이를 위해 MS는 데이터에 업무 맥락을 더해 정확성을 높인 ‘마이크로소프트 IQ(Microsoft IQ)’와 함께 멀티 플랫폼 환경 전반의 AI 에이전트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에이전트 365(Agent 365)’ 플랫폼을 선보였다. 무분별한 AI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유출이나 거버넌스 공백을 기술적으로 제어해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MS는 이러한 신뢰 기반의 AI 기술이 이미 글로벌 산업 전반의 보안과 운영 효율을 혁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곳은 보안과 고객 응대 영역이다. 보안 전문 기업인 콘트라포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센티넬과 디펜더 XDR, 엔트라 ID에 애저 오픈AI를 결합한 AI 보안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침해 사고 대응의 90% 이상을 자동화하는 성과를 냈으며 추가 인력 증원 없이도 안전한 24시간 보안 운영 체계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항공사인 에어 인디아 역시 애저 오픈AI 기반의 에이전트인 ‘AI.g’를 구축해 하루 4만건, 누적 1300만건 이상의 고객 문의를 97%의 성공률로 안전하게 해결하며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홍콩 철도 운영사인 MTR은 AI 비서 ‘AI 트레이시’를 통해 승객들에게 실시간 안내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한편 코파일럿을 도입해 행정 업무를 간소화했다.
금융권의 엄격한 규제 속에 있는 트루 코퍼레이티브 뱅크도 코파일럿 스튜디오 등을 도입해 직원 채택률 93%를 달성했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을 고부가가치 상담에 재투자하고 있다.
업무 환경 표준화와 데이터 통합을 통한 리스크 관리 사례도 눈에 띈다. 글로벌 식음료 기업 펩시코와 완성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는 파편화된 업무 환경을 통제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전사 표준으로 채택했다. 펩시코의 경우 일일 활성 사용률 90~95%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업무 몰입 환경을 만들었고 벤츠는 유럽 최대 규모의 도입을 통해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 중이다.
공공 교육 분야인 플로리다 브로워드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도 시스템 현대화를 통해 교직원의 주당 업무 시간을 6~7시간 줄였으며 향후 5년간 최대 5000만 달러의 재정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분산된 데이터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 보안 리스크를 해소한 사례들도 소개됐다. 건자재 기업 세멕스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실시간 핵심성과지표(KPI)를 추출하며 의사결정 주기를 기존 ‘일’ 단위에서 ‘초’ 단위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와 부동산 개발 기업 타타 리얼티는 데이터 통합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을 도입했다. 이들은 파편화된 데이터 환경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데이터 온보딩 시간을 87% 단축하고 분석 비용을 최대 30% 절감하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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